식물국회가 하는 일 없이 공천권 관련 당대표 자리만 노리고 있다
민심이 떠난 것은 소선거구제도 때문이 아니다
국회가 민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심을 왜곡 조작하려 하기 때문

사진출처(한겨레, 2023.1.31)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77744.html?_ga=2.15112566.193654513.1675689459-1018222648.164439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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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조직의 폐해가 막심하다. 설건드리다 만 검찰정상화가 완전히 기동을 멈추었다. 그 검찰이 야당 대표를 사흘이 멀다 하고 소환하고, 야당의원들이 친이재명, 비(非)이재명계로 나뉘어져, 이재명이 기소되는가, 그것도 구속기소되는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구속기소가 아니라 불구속기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단다. 그 재판은 3년은 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지금부터 다수 야당이 별로 하는 것 없이, 이재명 지키기 혹은 없애기에 혈안이 되어 지금같이 내내 옥신각신할 것이고, 그러다 보니 국회가 본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을 전망이다. 이렇게 다수당으로서의 야당은 1년여 남은 세월을 맹탕으로 그냥 보낼 것 같다.

놀랍게도 그 와중에 국회가 하는 일이 딱 한 가지 있다. 정치개혁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선거제도 개혁을 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119명이나 되는 의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마음으로 한자리에 앉아 선거제도를 바꾸고자 한다.

지난 1.30일 국힘당 정진석과 민주당 이재명이 앞자리에 나란히 앉은 가운데,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 국회에서 출범했다는데, “소선거구제 개편”이 주요 목적이다. 이 모임이 정치개혁을 위한 분야별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 공감대를 얻기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는데, 그 주요 목적은 공직선거법 개정 관련 공론의 장을 제공하는 것으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언론에 배포한 출범 선언문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 너무 멀리 벗어났다”, “위기와 도전 속에서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국회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만 안기고 있다”, “이런 난맥은 국민들의 투표 절반 가까이 사표로 만들어버리는 소선거구제도에서 대부분 비롯된다", "이제 국민의 정치적 의사와 민의(民意)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선거제도가 절실하다” 등 취지를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이들 119명 의원들은 자신의 하는 말과 실제 지향점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회”라고 천명했으나, 이 두 가지가 다 그들 행동에 걸맞지 않는 수사(修辭 헛소리)가 되어버렸다. “국민에 의한”이라는 것은 국민이 직접 안건에 대해 결졍권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들은 국민 민초가 그 같은 결정권을 행사하도록 양보할 마음이 추호도 없다,

또 “국민을 위한”이라고 했으나, 이들은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을 뿐이다. 검찰의 폐해에 의해 민생이 피폐해도 검찰정상화는 더 이상 거론하는 이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검찰에 시달리는 것만 대수가 아니다.

둘째, 이들은 “너무 멀리 벗어났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 점이 궤도에서 너무 멀리 벗어난 것인지 스스로 알지 못 하거나, 아니면 자기 중심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뜻으로 풀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궤도에서 ‘멀리 벗어났다’ 생각하고 돌아가려는 곳이 기껏해야 현행 소선거구제 없애는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 수많은 사회 난제들 가운데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은 오직 자기네 밥그릇을 어떻게 나누어 먹는가에 관련한 의제를 내놓고, 그것을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것으로 포장하고, 또 그것을 위해 “국민 공감대를 얻기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국민 공감대를 얻기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고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공감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했으니, 분명히 하의상달이 아니라 상의하달, 즉 위에서 원하는 쪽으로 국민 민초를 설득하겠다는 뜻이다. 이들은 “정치개혁을 위한 분야별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 공감대를 얻기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고 한 것인데 이 두 가지 활동이 서로 모순된다. “의견 수렴하는 것”은 하의상달이나, “공감대를 얻기 위해 활동하는 것”은 상의하달로서 방향이 반대가 된다. 전후 맥락을 보건대, 전자는 수사(헛소리)이고, 정작 이들이 원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소선거구제의 폐기 수순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그런 목적으로 어떻게든 국민 민초를 설득해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셋째, 이들은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국회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만 안기고 있다”고 하고, “이런 난맥은 국민들의 투표 절반 가까이 사표로 만들어버리는 소선거구제도에서 대부분 비롯된다”, “이제 국민의 정치적 의사와 민의(民意)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선거제도가 절실하다”는 것으로 말꼬리를 돌렸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다. “국회가 국민들에게 큰 실망만 안기는 것”은 “절반 가까이 사표로 만들어버리는 소선거구제도”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어떻게 뽑혔든 일단 뽑힌 의원들은 선거제도만 논의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소선거구제”의 선거제도 때문에 민초가 실망한 것이 아니라, 의원들이 본연의 임무를 팽개치고 하고한 날 세력다툼만 하고, 제 밥그릇 챙기자고 선거제도만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실망한 것이다.

국회는 정작 편파수사하는 검찰은 피해가고, 자기 밥그릇 어떻게 챙기나 하는 것을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검찰 앞에 슬슬 기는 국회를 믿고 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다. 행정부도 믿을 것이 못 된다. 대통령이 제구실을 다 못 하고, 행안부 장관(이태원 참사), 법무부 장관(편파수사), 통일부 장관(흡수통일론) 등이 직무유기 혐의 혹은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국민 민초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행정부도, 국회도 믿을 수가 없고, OECD국가 중에서 사법신뢰도 꼴찌를 기록한 사법부도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부득이 국민 민초가 직접 나서서 교통정리 할 때가 온 것이다. 직무유기하는 공직자는 누구든 당장에 파면하고 끌어내려야 한다. 촛불 드는 것은 대통령이든 누구든 어느 한 사람을 끌어 내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조직은 물론이고 국회 자체를 손볼 때가 되었다. 상의하달식 왜곡이 아니라, 민초가 원하는 것은 하의상달로 수렴, 표출, 실천되어야 하고, 그 앞을 가로막는 국회의 행태는 어떤 식으로든 척결되어야 한다. 뜻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게 마련이다.

국회가 민의를 대변한다는 이론은 이미 망상이 되었다. 과반수 야당이 아무것도 못 하는 식물국회가 되었다. 비(非)이재명계는 당대표 자리 뺏으려고 혈안이 되었고, 이재명계는 이재명이 검찰 소환되니 거기에 매달려 이재명은 무죄라고 외치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재명 자신이 검찰 출신 행정부 수장(대통령)과 다소간 결탁된 검찰에게, 실로 죄가 있든 없든 무관하게, 덜미가 잡혀 소환당하고 있는 판이니, 친명계가 그 눈치를 안 볼 수 없고, 눈치 보다 보니 여당과 타협 안 하기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다수당의 기치를 올리고 소신 있게 검찰개혁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된다. 알게 모르게 윤석열과 검찰이 노리는 것이 그것이다. 이래저래 북치고 꽹과리 쳐서 변죽을 울리고, 다수당의 혼을 빼고 무기력하게 하는 것.

적어도 1년여 적지 않은 기간, 내년 총선이 있을 때까지 과반수 민주당은 식물 정당이 되어 허송세월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냥 허송세월만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정치개혁과 다당제를 명분으로 하여 윤석열이 내거는 바,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꿈으로써, 지금의 식물국회를 더더욱 이도저도 아닌 존재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 같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국회가 편의대로 민의를 왜곡하고 조작하려 한다. 여야 의원이 합심하여 구성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 민의를 왜곡 조작하는 앞잡이가 되어, 다수당, 소수당을 구분해준 민의 자체를 배반하고 있다. 국회에 의해 배반당한 민심은 소선구제를 폐기한다고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 인해 더 큰 실망을 안게 될 뿐이다. 다른 현안은 다 팽개치고 선거제도에만 목매는 국회 때문에.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최자영 주주  paparuna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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