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자본주의 시대, ‘최고’가 아닌 ‘최적’의 삶을!

2016년 3월 세기의 대결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있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인공지능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후 알파고는 한국, 중국, 일본,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내로라하는 바둑기사들을 완벽하게 제압했습니다. 바야흐로 21세기 인공지능(AI) 자본주의 시대를 예고했습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넘어서서 세상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습니다. 2023년 2월 18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인공지능(AI)과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던 뉴욕타임즈 기자는 인공지능(AI)의 어두운 세계를 접한 뒤 “완전히 소름 끼칠 정도로 섬뜩했다”고 했습니다. 인공지능(AI)를 제어하지 않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코 이전과 같지 않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유진화 작가가 쓰고 심광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해제를 단 『AI 시대 일상 혁명 이야기, 빛나는 날』은 바로 21세기 인공지능(AI) 자본주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인지생태학적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된 환경과 수직적 위계질서로 공고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자유로운 개인들이 평등하게 연합을 이루며 ‘빛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지 문학적으로 사색하고 인지과학적으로 논구한 책입니다.

유진화 작가가 쓰고 심광현 교수가 해제를 붙인 <AI 시대, 일상혁명 이야기, 빛나는 날> 책 표지(출처 : 하성환) 이 책은 물질(자본)에 압도돼 도돌이표 생활에 젖은 진부한 삶에 대해 깊은 성찰을 촉구한다. 나아가 자기 성찰과 연대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표상한 작품이다. 나아가 심광현 교수(한예종 영상이론과)는 유진화 작가의 작품을 철학적으로 논증하고 인지생태학적으로 분석한다. 유진화 작가의 글은 대중평자시대 글쓰기비평의 전범이자 본보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진화 작가가 쓰고 심광현 교수가 해제를 붙인 <AI 시대, 일상혁명 이야기, 빛나는 날> 책 표지(출처 : 하성환) 이 책은 물질(자본)에 압도돼 도돌이표 생활에 젖은 진부한 삶에 대해 깊은 성찰을 촉구한다. 나아가 자기 성찰과 연대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표상한 작품이다. 나아가 심광현 교수(한예종 영상이론과)는 유진화 작가의 작품을 철학적으로 논증하고 인지생태학적으로 분석한다. 유진화 작가의 글은 대중평자시대 글쓰기비평의 전범이자 본보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질에 속박된 채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는 오늘날 인류는 위험 사회에 직면해 있습니다. 착취와 수탈이 구조화되고 정치적 음모와 전쟁, 그리고 테러와 차별과 배제가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형태만 바뀐 채 자본이 끊임없이 순환하며 인간의 영혼을 지배하는 시대! 오늘을 어제처럼, 그리고 내일도 오늘처럼 단조로움 속에서 고정된 시선과 성찰 없는 삶의 자세로 살아간다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고 작가는 단언합니다. 씨줄과 날줄, 바로 짝수 이야기 소설과 홀수 이야기 에세이가 교차하면서 펼치는 50개의 이야기 주제를 통해 작가는 ‘최고’의 삶이 아닌 ‘최적’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등장 인물 7살 나나를 통해 인공지능(AI) 로봇과 인간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명쾌하면서도 따스한 문장으로 길을 제시합니다. 그런가 하면 가부장제 질서가 몸에 밴 50대 박범이 겪는 인생에 대한 회한과 성찰하는 대목은 작은 일상에서 더없이 빛나는 ‘인격의 존귀함’을 깨닫게 해줍니다.

돈이라는 물질의 굴레에서 정신적으로 해방되어 행복을 가꾸어 가는 10대 중학생 솔이와 푸름이가 속한 여섯 가족 이야기는 ‘일상 혁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줍니다. 물질이라는 외면적 가치에 구애받지 않고 내면의 행복을 소소하게 창조해 낼 수 있음을 운치 있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20대 길유가 체험한 세상은 모든 생명체들이 평화롭게 어우러지며 연결된 세상입니다. 40대 전업주부 남우누리가 겪는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닫힌 아파트 공간에서 텃밭을 가꾸면서 세상과 소통하며 생명의 빛을 찾아가는 ‘일상 혁명’을 실천한 삶이지요. 지리산 자락 일자무식 양지애 할머니가 깨닫고 실천한 ‘양지애 일상 학교’ 체험도 자연과 일체가 된 무아의 경지에서 정신적 자유를 향한 ‘주체적 비상’ 그 자체입니다.

30대 직장인 한태양 역시 지난날 삶의 태도에 대해 깊이 성찰합니다. 그리고 이내 ‘빛나는 날’을 맞이합니다. 그는 전날 아내와 다투어 우울했습니다. 그러나 이튿날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이듯이 이튿날 아내의 통큰 태도 앞에 절로 고개를 숙입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영화 『동주』에 몰입하면서 동주의 슬픈 고백 앞에 오열합니다. 작가 유진화는 그 과정을 한태양의 내면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듯 분석합니다.

실제로 한태양은 회사 문서 작성 이외엔 일상에서 거의 글쓰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기계적인 삶을 살던 그가 『동주』 영화감상문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된 동기는 영화 장면 가운데 일본인 고등계 형사 앞에서 취조받던 동주가 탄식하듯이 자책하며 고백한 내용 때문입니다. 영화 속 동주가 내뱉은 고백은 한태양 자신으로 하여금 태어나서 처음 겪는 가장 슬프고도 처절한 울림이었습니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서 시를 쓰기를 바라고 시인이 되기를 원했던 게 너무 부끄럽고 앞장서지 못하고 그저 그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만 한 게 부끄러워 서명하지 못하겠습니다.”

동주가 “부끄러워 서명하지 못하겠다”고 고백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윤동주의 고종사촌 송몽규는 일찌감치 열혈 항일투사였습니다. 18살에 북간도 용정을 떠나 무장투쟁을 꿈꾸며 중국 관내 육군무관학교에 제 발로 입교했던 인물입니다. 진취적이고 투사 기질이 앞섰으며 청소년 시절 문학적 재능 또한 동주보다 앞서갔던 송몽규였습니다. 그런 동갑내기 송몽규에 대해 동주는 언제나 수동적이었고 열등의식이 내면 깊숙이 존재했습니다. 교토제국대학 입시에서 송몽규는 합격하는데 동주는 불합격 고배를 마시는 경험 또한 열등의식을 더했습니다.

더구나 교토제국대 사학과 시절, 송몽규가 견결하게 학병제와 맞서 싸우는 과정이 그러했습니다. 그는 당당히 학병제를 역이용해 항일독립투쟁을 전개하려고 결의를 다집니다. 그런 의협심으로 충천한 송몽규의 태도 앞에서 동주는 언제나 미안한 마음으로 그 뒤를 따라갔던 ‘그림자’였습니다. 그러다가 치안유지법으로 체포되었고 자신의 죄목을 인정하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바로 그 대목에서 동주는 ‘그림자’로만 살아온 자신의 ‘부끄러움’을 실토합니다.

윤동주 시비 「서시」 (연세대 교정) 성래운 교수가 1968년 연세대 교정에 세운 윤동주 시비. 윤동주 시비 뒤로 보이는 건물이 핀슨홀인데 문우회 3총사 강처중, 송몽규, 윤동주가 머물던 공간이다.(사진 출처 : 하성환)
윤동주 시비 「서시」 (연세대 교정) 성래운 교수가 1968년 연세대 교정에 세운 윤동주 시비. 윤동주 시비 뒤로 보이는 건물이 핀슨홀인데 문우회 3총사 강처중, 송몽규, 윤동주가 머물던 공간이다.(사진 출처 : 하성환)

한없이 영혼이 순결했고 근원적 자유를 희구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갈망했던 동주는 비록 식민지 암울한 시절이지만 시를 쓰면서 생명의 기쁨을 지향했습니다. 그러나 제국주의 식민 통치는 그마저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동주는 송몽규처럼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서는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늘 그림자처럼 송몽규를 따라다니기만 한 그런 자신을 고백한 표현이 바로 영화 『동주』의 그 대사였습니다.

30대 샐러리맨 한태양은 개인의 자유와 시대의 자유가 일치하지 못한 시대에 태어나 동주가 겪었던 시대의 아픔과 진솔한 고백 앞에 소리 없이 오열합니다. 일제말기에 우리말로 시를 쓰면서 저항하고 모순 속에서 끊임없이 삶을 성찰했던 동주조차 “부끄러워서 서명하지 못하겠다”는 그 진솔한 고백 앞에 한태양은 동주의 ‘부끄러움’이 전율처럼 자신에게 전이돼 옴에 소스라칩니다. 동주의 ‘부끄러움’이 바로 오늘의 시대 우리의 언어로 되살아나 우리들 가슴에 되새겨진다고 술회합니다.

이 대목에서 작가 유진화 님은 시인 동주의 내면세계에 작동하던 심리를 ‘부끄러움’이란 시어를 통해 오늘의 시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세밀한 분석으로 길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미안해하는 그 마음’이 타인의 처지에 대한 ‘공감’이자 ‘사랑의 시작’이라고 일갈합니다.

후기 산업자본주의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AI) 자본주의 시대로 전화하는 오늘날, 우리는 자본이 길들인 삶의 양식을 거부합니다. 먹고 마시고 욕망하며 끝없이 경쟁하는 일상의 시스템을 거부합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차별하며 소유하는 일상의 환경에 익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며 부끄러운 현실 앞에 소스라칩니다. 자본의 압도적인 위력 앞에 저항하기보다 그에 순응하며 차별과 배제에 익숙한 삶을 살아 온 때문입니다. 그러한 삶을 깊이 성찰하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이웃과 협력하고 연대하는 ‘일상 혁명’을 꿈꿉니다. 그들로 하여금 함께 ‘연대의 끈’을 만들어 내는 첫 출발이 바로 동주가 고백한 ‘미안함’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에 기초하여 자신의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일상의 성찰적‧주체적 삶이 바로 ‘일상 혁명’이자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라 작가는 역설합니다. 바로 ‘일상 혁명’을 통해 자기존중감을 갖고 이웃을 배려하며 다른 이의 고통에 공감하는 삶을 추구합니다. 그렇게 ‘연대의 끈’을 형성할 때 소소한 우리들 삶은 별처럼 빛날 것이라 예언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삶의 자세가 곧 도래할 인공지능(AI) 자본주의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물질에 포획되지 않는 ‘빛나는 삶’을 창조한다고 강조합니다. 그것은 결국 서로 깊이 사랑하고 연대하는 ‘빛나는 날’들로 기록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자본 순환의 시대를 관통하는 유진화 작가의 놀라운 통찰력과 그에 기초한 글쓰기는 감히 범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중적이며 호소력이 짙습니다. 나아가 시대의 본질을 꿰뚫는 작가 자신의 날카로우면서도 상상력과 휴머니즘 넘치는 글쓰기 능력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더욱이 작가의 통찰력을 철학적으로, 그리고 인지생태학적으로 치밀하게 분석하며 과학성을 부여한 심광현 교수의 해제 또한 그저 경탄할 따름입니다.

미래사회! 우리 인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해답이 이 책 『AI 시대 일상 혁명 이야기, 빛나는 날』 속에 담겨 있음을 감히 확신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꼭 한 번 읽어 보기를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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