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의 재개발에 떠밀려서 성남시의 율동공원 앞에 살았던 적이 있다. 그때 천당아래 분당이라는 말을 듣고 헛웃음이 나왔었다. 분당구민들의 대단한 자부심(?)이 만들어낸 말이니까, 성남시는 수정구, 중원구, 분당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성남시는 격이 떨어지니까 분당구를 분리해달라고 요구하니 어찌 우습지 않은가?

고양시에 살면서 그것이 분당만의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강원도나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전국 어디엘 가도 으레 묻는다.

어디서 오셨어요?”

고양시요.”

……?”

다시 또박또박 말해줘도 대부분은 알지 못한다. 대답을 바꿔서 일산에서 왔어요.”하면 그제야 ! 일산. 진즉 그렇게 말하지. 우리 딸도 거기 사는데라거나 호수공원에 가봤다면서 알은체를 한다.

고양시의 시작은 덕양구 원당이나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일산동구와 일산서구가 만들어졌다. 서울의 강제 철거민정책으로 만들어진 성남시 역시 수정구와 중원구에 분당구가 더해진 것이다. 신도시인 분당이나 일산에 비해서 구도심은 초라할 수밖에 없다. 시정책임자는 시의 고른 발전을 위해서 힘써야 할 텐데 고양시의 이동환시장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덕양구 주교동에 있는 고양시청은 너무 비좁고, 교통여건도 좋지 않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전임시장인 최성과 이재준의 재임기간 동안 꾸준히 고양시청의 이전을 논의해왔고, 착공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장으로 당선된 이동환은 아무런 절차나 논의도 없이 고양시청의 이전을 선언해버렸다. 당선되자마자 독단적으로 대통령실의 이전을 선언한 윤석열과 하는 짓이 똑같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민의를 수렴해 만든 정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듯 해서야 되겠는가? 그건 책임지는 자세가 아닐뿐더러 재앙이다. 지난 31() 화정역 광장에 분노한 시민들과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들이 모여서 다섯 번째 규탄집회를 가졌다. 시장 한 사람의 독단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겨우내 추위에 떨면서 고생을 한다.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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