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많이 먹고 가그라와"

부모님이 계시는 집


김형효 

지쳤다
몸도 마음도
그래서 또 엄마 보고 아부지 보러 갔다
먼 나라에서 날 보고 온 아내랑 함께 
그렇게 또 일요일 밤길을 달려 
엄마 보고 아부지 보러 갔다
달도 별도 바라볼 새 없이 달려간 밤길 세 시간
내가 본 엄마 아부지와 함께 한 시간 
고작 1시간 남짓
그래도 오성호텔보다 좋고 
그래도 몸이 아파 찾는 대학병원보다 좋고 좋은 
최고의 병원이다
밤 11시가 다 되어 찾았고
아침 병원 가시는 7시까지
고작 8시간 한 지붕아래서 숨쉬었고
고작 8시간 품에 안긴 듯 한데도
60이 다된 아들과 50이 된 며느리도
몸과 마음이 모두 맑고 깨끗이 씻기는 아침을 맞았다
엄마는 1934년 갑술년 개띠해에 태어나셨고
아부지는 그 뒤로 2년 후인 1936년 쥐띠해에 태어나셨다
이제 두 분 모두 구순이 눈앞이시다
그런 엄마께서 새벽 2시 달그락거리며 
부엌에서 밥을 짓고 계셨다
아침 일찍 병원에 가시는 두 분께서는 
아들 며느리 아침이 걱정이신거다
"밥 많이 먹고 가그라와"
언제까지 들을 수 있는 엄마의 법문일까?
유행가 가사처럼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듣고 있어도 듣고 싶은" 
성스러운 엄마와 아부지의 법문이다
그 밤과 그 품, 그 집의 향기로 
오늘도 내일도 삶이 맑다
엄마, 아부지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외국에서 온 며느리와 결혼식 후 민속촌을 함께 여행하던 날, 부모님과 걷던 한 걸음 한 걸음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다.
외국에서 온 며느리와 결혼식 후 민속촌을 함께 여행하던 날, 부모님과 걷던 한 걸음 한 걸음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처참한 일상이지만 그 일상을 돌파할 돌파구는 우리가 일상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보편적인 것들을 끝내 잘 지키고 가는 것이란 생각이다. 오늘 부모님들의 일상을 함께 받드는 일 또한 위기의 시대에 불빛을 밝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날들이다. 

 

김형효 객원편집위원  tiger3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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