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초,

퇴근 후 지인과 가볍게 저녁 식사와 막걸리 한잔하는 중이었다. 기분 좋게 막걸리 한 모금을 들이켜는데 갑자기 속이 따끔거리며 트림이 나고 체한 듯한 증상이 이어져 일찍 정리하고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자마자 오한과 함께 몸살 증상이 나타나 바로 쓰러졌다. 다음날 동네 병원에서 몸살약을 처방받았으나 증상이 계속되었다. 나흘 동안 고생하니 겨우 출근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나름 조심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회사 일을 했다. =>단순 몸살로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알고 보니 담석증 증상 중의 하나였으니 ㅋㅋㅋ

약간의 몸살 상태가 계속되고 어머니 기일 제사도 참석하지 못하며 지내는 중, 12월 19일 월요일 점심 식사 후 살짝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니 배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위경련이나 궤양인가 하면서 분당 J 병원 응급실로 갔다. 엑스레이, C/T 등 한참 검사하더니 담석증이라 진단하고 입원실로 옮겼다.

담석증이라는 진단에 마음 한편으로는 후유 하면서, 1~2주일 정도 걸려 담낭 제거 등 기타 치료하고 금방 퇴원할 수 있겠구나 하고 안심하였다. 일반적인 담석증 상식은 발병 시 몹시 아프지만 복강경 수술로 담낭과 담석을 제거하고 5~6일 정도 입원하면 금방 좋아진다고 알고 있어서 안심한 것이었다.

그런데 입원실로 옮기고 나서부터 본격적인 담석증 통증이 시작되었다. 항생제와 진통제를 맞았는데도 견디기 힘들고 잠을 못 잘 정도의 통증이 지속되었다. 간호사에게 통증이 계속된다고 하니 진통제는 맞고서 4시간이 지나야 다시 맞을 수 있으니 좀 견뎌보라는 말만 한다. 그렇게 밤을 보내자 다음 날 주치의가 와서 나의 상태를 말해주었다. "환자분은 예전에 개복 수술로 위와 십이지장 절제 수술한 전력이 있어 복강경 수술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고, 쓸개에 있는 돌은 쓸개를 제거하면 되는데, 담관으로 넘어가 있는 돌은 제거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멘트를 남긴다. 그러면서 치료 기간도 더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주치의의 말을 듣고서 '아! 그렇지' 하면서 떠오르는 게 벌써 30년 전 첫째 놓고서 위 내 출혈 과다로 인하여 약물 치료는 지혈이 불가능하다고 하여 개복 수술한 것이 지금 담석증 치료에도 영향을 주는구나. 그때 개복하고 보니 위와 십이지장 대부분이 궤양 상처라  80% 정도를 절제했다고 말한 집도의 말이 생각났다.

입원한 지 이틀 후 담관으로 넘어간 돌을 처리하기 위해 내시경을 하고 난 후 주치의가 담관의 돌은 여기 병원에서 처리가 불가능하니 큰 병원으로 가란다.  다음날 22일 퇴원 수속해서 분당 S 병원 응급실로 갔다.

S 병원에서도 이전 병원에서 검사한 채혈, 엑스레이, C/T 검사를 다시 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인터벤션 실로 보내 쓸개에 관을 삽입하여 쓸개즙을 빼내는 시술을 했다. 시술 후 처음에는 피와 고름이 섞여 있는 쓸개즙이 나오다가 며칠 후에는 맑은 것이 나오는 듯했다.

삽관 시술 후 응급실 침상도 만원이고 내과 입원실도 만원이라 응급실 의자에서 입원실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이것도 고통이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응급병동 입원실에라도 입원하니 그렇게 편할 수가 ....

월요일 오전 응급병동 주치의가 응급병동은 오랫동안 입원할 수 없는 곳이니 내과 입원실이 안 나오면 퇴원해서 입원 대기 하라고 한다. 그런데 마침 담당 간호사가 내과 병동에 2인실이 나왔는데 입원하겠냐고 해서 대기 없이 2인실로 입원했다. 입원실로 올라가 주치의로부터 담관의 돌을 어떻게 치료할 지 설명을 듣고, 동의서에 서명하는 절차를 거쳐서 치료하는데도 며칠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몸에 무리가 덜 가는 담관의 돌 제거 방안으로는 안 되었다. 담관의 돌 상태를 MRI 검사로 다시 해보자고 했다. C/T 검사 때는 담관의 돌이 두세 개밖에 없는 걸로 보였는데, MRI 검사 결과 담관 전체에 돌이 가득한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쉬운 방법으로는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MRI 검사 결과를 참고하여 담관 아래쪽에 또 하나의 삽관을 하고 돌을 제거하는 치료를 했는데 결과는 잘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입원실도 2인실에서 저렴한 5인실로 옮겼다.

이제 마지막 남아있는 난관은 담낭의 돌인데, 담낭을 제거하는 외과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단다. 그대로 두면 또 염증이 재발할 것이고, 나이도 70대가 되니 그때는 수술이 더 힘들 거니까 지금 담낭을 제거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라고.

입원해서 해가 바뀌고 1월 4일. 통증은 거의 없어지고, 염증 수치도 내리고 담낭 제거 수술 일정에 대해 외과 집도의와 협의가 되었다고 하였다.

외과 집도의는 통상적으로 나같이 담낭이 많이 부어있고 염증이 심한 경우는 안정화하고 3~4주 정도 지나서 집도하는 게 예후가 좋다면서 다음 주 금요일 1월 13일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수술 일정상 일주일 정도 집에서 안정하다가 12일 다시 입원하기로 하고 1월 5일 가퇴원했다. 배에 2개의 삽관을 한 채로 가퇴원한 다음 날 오후 몸에 열이 나고 배에 통증이 나타나 부랴부랴 응급실로  갔다. 다시 엑스레이, C/T, 채혈 검사 하니 염증 수치와 간의 황달 수치가 확 올라가 있단다. 들어갈 입원실은 없고 아픈 몸으로 응급실 의자에 쓰러져 있었다. 하루가 지나니 응급실 침상 자리가 나서 항생제 맞고 삽관 부위도 재검사하면서 입원실이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4박 5일 지난 후에야 입원실이 나와서 올라갔다. 다행히 수술 예정일 이전에 입원실이 나왔다.

13일 금요일. 담낭, 담석 제거 수술을 위해 복부 제모도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수술실 들어가기 전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면서 개복 수술하지 않고 복강경수술로 한다고 했다. 마취 전에 집도의가 "일단 복강경으로 시도해보고 혹시 안되면 개복할 수도 있다"라고 하면서 "1시간 정도에 끝나면 복강경수술이 성공한 것이고 2시간 정도 걸렸으면 개복수술 한 것"이라고 알려준다.

수술은 1시간 정도 걸려서 잘 끝났고 회복실 거쳐서 입원실로 옮겨졌다. 금요일 토요일 이틀 동안은 수술 후 통증으로 거의 초주검 상태로 있었다. 일요일은 조금 좋아져서 움직였고 16일 월요일은 몸에 박혀있는 배액관 2개를 제거하는 시술을 했다. 배액관 제거는 통증에 대한 걱정 없이 하였고, 그렇게 제거하고 와서 잠자는 중에 갑자기 통증이 밀려왔다. 새벽 2시에 간호사 불러서 아프다고 하니 진통제 센 것이라 하면서 놓아줬다.

그렇게 담석증에 대한 모든 치료가 끝나고 아직 통증이 있지만 ,17일 화요일 병원에선 통증이 있어도 해줄게 없고 회복하는 것만 남아 있다며 퇴원을 시킨다. 집에 와서 진통제 먹고 2~3일은 그냥 누워만 지냈다.

입원하기 전 체중이 68킬로 정도 나갔는데 퇴원 후  57.5킬로, 어이쿠 체중이 10킬로 이상 줄었다.

퇴원 2주 후 외래 진료시 주치의 말이 이제 염증수치는 정상이고, 간수치는 정상이 아니지만 좋아질 것이라면서 회복 잘하라고 한다. 담석증으로 거의 한 달을 입원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너무 고생한 것 같다고. 외과 쌤은 복강경 수술이 다른 환자분보다 굉장히 어려웠다고 한다.

60대 중반 나이에 담낭 담석 제거를 핑계로 2022년 연말과 2023년 연초를 병원에서 보낸 신공을 부려봤다. 병원 치료 중에 결혼해서 벨기에에서 사는 딸이 왔었는데, 아빠가 아파서 제대로 챙기지 못했건만 오히려 어리다고 생각했던 딸이 아빠를 더 걱정하고 신경을 쓴다.

그리고 이 병원 저 병원 옮기면서 분당에 사는 후배와 부인이 많은 신경과 도움을 줘서 감사하다. 그 외 많은 분이 걱정과 위로를 주셨고. 무엇보다 아픈 나보다 더 고생하고 잔소리하면서 환자를 보살핀 여친이 젤로 고생했네요.

거의 한 달 동안 병원을 경험해보니 우리나라의 의료시설에 대한 문제점도 보였다.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의 의료 품질 차이가 확실히 존재하고, 그로 인해 대형병원의 응급실과 입원실은 언제나 꽉 차고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의료품질 차이가 환자나 환자 가족들에게 느껴지니까 웬만하고 잘 모르는 것은 무조건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것이겠다. 환자가 잘 아는 통증이라도 혹시나 하면서 또 대형 병원으로 간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박효삼 편집장

김창홍 주주  ksch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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