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수, 경칩도 지나 며칠 후에는 새봄의 분수령(分水嶺)인 춘분(春分) 절기가 코 앞인데, 올해도 어김없이 불청객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이번 주초에는 낮 기온이 20도 이상을 웃돌아 산수유와 매화가 이미 꽃을 피우고 개나리도 막 꽃봉오리를 터뜨리려는 시점인데, 오늘 아침부터 다시 아침기온이 영하권에 들어서는 꽃샘추위가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꽃샘추위와 관련된 시를 찾아보다가 <저문강에 삽을 씻고>의 시를 쓴 정희성 시인의 <꽃샘>이란 시를 찾아 소개해보려 한다.

                                      용인시 수지천변에서 꽃망울을  터뜨린  백매(白梅)  

꽃 샘

                                                                                        - 정희성 -

봄이 봄다워지기까지

언제고 한번은 이렇게

몸살을 하는가 보다.



이 나이에 내가 무슨

꽃을 피울까마는,

어디서 남몰래 꽃이 피고 있기에

뼈마디가 이렇게 저린 것이냐.

 

~ 우선 1연에서 정희성 시인은 으레 연례적으로 오는 꽃샘추위를 봄이 봄다워지기 위해 겪는 몸살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남다르다면 남다르다. , ‘꽃샘추위라는 것도 자연(自然)의 순리에 의해 겪고 넘어가야 할 몸살로 비유하여, 자연의 순리와 인간의 삶을 결부시키고 있다.

새봄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오죽하면 동장군’(冬將軍)에 비유하고 있을까?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3월이 되어 따뜻한 새봄이 온 듯 하다가도, 어김없이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겨울의 위세에 눌려 다시 한번 진저리를 치며 몸살을 앓으면서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것이 순리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2연에서 시인은 젊은 시절처럼 새봄맞이의 희망에 부풀어 오르는 희열을 느끼기엔 자신이 이제 나이들었음을 솔직히 고백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는 새봄에 대한 기대감으로 어디서 남몰래 꽃이 피고 있기에 뼈마디가 이렇게 저린 것이냐?”고 말하면서 자신의 봄맞이 몸살을 일종의 정신적인 성장통(成長痛)으로 치부하고 싶은 노년의 심정을 솔직히 토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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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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