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그림
나는 이발소 그림을 싫어하지 않는다. 내 어렸을 적 이발소에 가면 반드시 걸려 있는 잔잔한 호숫가에 물레방아가 있고 백조가 떠가는 그림. 나는 그게 값싼 속화임을 알면서도 아련한 위안과 행복감을 느꼈다. 크리스마스 카드나 눈 쌓이는 연하장도 사랑했다. 가난한 우리에게 주는 위로의 판타지였기에. 그래서 대학에 갔을 때도 진달래 피는 동산에 그네 뛰는 그림 등 저 이발소 그림으로 알쏭달쏭한 현대 미술에 도전해 보려 했는데 민정기 선배가 복돼지, 오리 그림 등 민중미술을 먼저 해 버림으로 접었다. 그러나 지금도 고급 미술을 접하지 못하는 보통사람들의 벗이 되는 미술을 하려 했고 천신만고 끝에 인사동 초입 야외 공연장 뒤 화장실에 내 그림을 걸게 되어 지금도 걸려 있다. 지날 때 한번 들리시기 바란다. 나의 꿈은 전국의 화장실을 갤러리화 하는 것이다. (중3 스크랩북)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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