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방
중3 때 내가 만화방을 보는 일을 한 권리를 찾아 스스로 알바비를 챙겨 거의 매일 줄기차게 영화를 보는데 아예 영화관마다 제일 좋은 자리를 내 자리로 정해 사인을 해 두었고 영화 연출에 카메라 워킹까지 평할 수준이 되었다. 그러느라 학과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아 결국 고등학교 시험에 1차 2차 3차 줄줄이 낙방하였다. 그러자 묘한 변화 일어났다. 예를 들어 전에는 비가 오면 '에이 운동화도 빵구 났는데 어떻게 나가나' 했던 것이 '저 비가 내 대신 우는가'라든가 잉크병이 비었으면 '저 잉크병은 종일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이런 글이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시험에 떨어진 대신 예술가가 되고 철학자가 되기 시작하였다. (중3 일기장)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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