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75년생, 19세인 1994년 12월부터 약 3년 3개월 동안 다이캐스팅 공정 근무, 23세인 1998년 2월 □사업장 입사 후 2013년 12월까지 총 16년 2개월을 도금 공정에서 노동, 37세인 2012년 1월 루게릭병 진단, 2023년 1월 역학조사평가위에서 직업관련의 과학적 상당성 인정, 이제는 48세로서 호흡근 마비가 진행된 상태로 현재 24시간 인공호흡기로 호흡하며 재가요양 중이다. 노동자가 감내해왔던 청년기의 직업생애를 보니, 차마 드릴 말씀이 떠오르지 않는다.

2023년 1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비대면화상회의 2023.01.20., 서면심의 2023.01.25.~01.27.)는 심의안건 10건 중 9건은 심의를 완료하였고, 그 외 1건은 재심의하기로 했다. 심의 결과는 2023년 3월 8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의 직업병 사례에 공개됐다.

루게릭병(Lou Gehrig's disease)으로 더 많이 불리는 근위축측삭경화증(筋萎縮性側索硬化症·amyotrophic lateral sclerosis·ALS)은 수의근을 제어하는 신경세포가 소멸하는 병인지라, 근육은 딱딱해지고, 경련을 일으키며, 점점 약해져서 그 크기가 줄어든다(위키백과). 측삭(側索)은 신경세포(뉴런)의 모양을 참고할 때 옆으로 길게 늘어진 새끼줄(索·새끼줄 삭)과 같은 것이다.

1975년생 남성 노동자는 만 37세가 되던 2012년 1월에 대학병원에서 근위축측삭경화증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신경계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과 물리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직업성·환경성 암환자찾기119’,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등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연 산재처리 지연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2007년 3월6일 세상을 떠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반올림 제공. 한겨레, 2023.03.10.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직업성·환경성 암환자찾기119’,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등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연 산재처리 지연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2007년 3월6일 세상을 떠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반올림 제공. 한겨레, 2023.03.10.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는 총 16년 2개월을 도금 공정에서 노동했다. 23세인 1998년 입사 후 2013년까지는 판넬 도금공정 라인에서 근무했고, 2000년부터는 설비관리, 유지작업 등 공정관리까지 함께 수행하였다.

조금 상세하게 보면, 노동자는 1998년 2월부터 인쇄회로기판(PCB· Printed Circuit Board)을 제조하는 □사업장에 입사하여 판넬도금 공정에서 근무하였다. 입사 시점인 1998년 2월부터 2005년 6월까지(7년 5개월) 판넬도금 라인 가동 노동자로 근무하였고, 2005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7년) 교대선임자로 판넬도금 공정에서 근무하였다. 심지어 2012년 1월 루게릭병을 진단받은 후에도 주간근무를 하는 ‘무전해 금도금’(electroless gold plating) 공정의 운영관리, 홀체크(Hole Check) 공정 등에서 2012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1년 7개월) 근무하였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35세이던 2010년 3월 근무 중에 벨트 연마 로다기 작동버튼이 작동하지 않아 판넬을 열어 확인하고 수리하던 중 전기에 감전되었고, 그 이후 얼마 되지 않은 4월 초부터 우측 어깨의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났고, 감전 시 통증정도(10점 척도)는 평소의 가벼운 감전 시 통증이 약 3-4 수준이었다면, 2010년 3월에 감전 때의 통증은 7 정도였고, 전신의 경련 증상은 나타났으나 의식소실은 없었다.

2010년 5월경부터 우측 어깨통증과 함께 근육의 약화 증상이 상완부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여 대학병원에서 윗팔신경얼기병증(brachial plexopathy·팔과 어깨의 운동과 감각이 저하된 상태로 통증을 유발하며 신경의 문제까지 발생 가능)에 준하여 치료받았으나, 증상이 완화되지 않았다. 신경(神經)얼기는 신경 섬유가 서로 섞여서 그물처럼 이뤄진 신경 구조다.

2011년 4월경부터 우측 상완부의 근육 손실 증상이 보였고 점차 손의 근력 약화까지 진행되어 8월에 대학병원으로 내원하여 신경전도검사(Electroneurography)를 수행하였고, 운동신경원병(Motor neuron disease·운동 신경에 점점 퇴행이 일어나는 중증 신경계 질환군)에 준한 치료·진단을 위하여 2012년 1월 다른 병원으로 옮겨갔다. 추가로 수행한 유전자 검사에서는 가족형 측삭경화증에서 잘 발현되는 유전자 변이 혹은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2012년 1월, 임상증상에 근거하여 산발형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점차 사지 위약(危弱·위태로울 만큼 약함)과 호흡근 마비가 진행된 상태로 현재 24시간 인공호흡기로 호흡하며 재가요양 중이다.

노동자는 판넬 도금과 생산 설비 등의 업무를 하면서 노출된 화학물질과 전기쇼크로 인하여 질환이 발생하였다고 생각하여 산업 재해 보상보험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3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관련성 평가를 위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3년 1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3.01.20. 비대면화상회의)는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의 감전 사고와 상병 간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상태다.

둘째, 노동자의 상병과 관련성을 보이는 직업적 유해요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역학연구를 통해 보고되는 잠재적 유해인자는 납 등이다.

셋째, 노동자는 1994년 12월부터 약 3년 3개월 동안 다이캐스팅공정(Die Casting·용융 금속을 강철 주형에 주입하거나 강제로 집어넣는 제조 공정)에서 모터코어(motor core) 생산업무를 하면서 알루미늄 합금에 포함된 납 등으로부터 고열을 가하는 공정에서 납과 알루미늄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Godderis et al.(2005)의 연구는 알루미늄주조 공정에서 납 노출 수준이 최대 0.030 mg/㎥ 수준임을 보여줬는데, 노동자는 이와 유사한 수준에서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8년부터 □사업장에 입사한 후로는 2000년부터는 전체공정관리 및 Maintenance 작업을 수행하면서 주변의 패턴(pattern) 도금 공정에서 납에 직·간접 노출됐으나 그 노출수준은 매우 낮았을 것으로 평가된다. 요컨대, 노동자가 직업생애를 시작한 1994년 1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대략 19년간 낮은 수준이나마 납에 직·간접 노출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넷째, 현재까지 납에 대한 노출에 따른 루게릭병 발병에서 그 용량-반응 관계(Dose-response relationship·특정 화학 물질에 대해 생물체에서 나타나는 반응 또는 효과 간 관계)에 대한 연관성을 보고한 문헌은 많지 않은데, Kamel et al.(2005)의 연구는 직업적 납 노출 누적일 수가 2,000일 이상일 경우 오즈비(Odds Ratio)가 2.3(95% 신뢰구간, 1.1~4.9)으로 유의(留意)하게 증가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오즈비 2.3은 위험인자 납에 누적 2,000일 이상 노출되면 노출되지 않은 경우보다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2.3배 더 높다는 뜻이다. 2,000일은 약 5.5년, 즉 5년 6개월인데, 노동자는 그보다 훨씬 긴 기간인 약 19년간 직·간접으로 납에 노출되는 공정에서 근무하였다.

다섯째, 노동자는 낮은 수준에서 직·간접으로 납에 노출된 누적 기간은 보고된 최소 질환 잠재기간 3년보다 더 긴 12년 이상이라는 점, 일반적 발병 시점의 나이보다 어린 만 37세에 질환이 발생하였다는 점, 가족력을 비롯한 유전체 검사결과에서 질환관련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노동자는 2012년 1월 루게릭병을 진단받고 나서 약 11년이 떠나간, 근로복지공단이 2021년 3월 역학조사를 의뢰한 후 약 22개월이 떠나간 2023년 1월 20일에서야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3월 27일

*관련 기사: 질병 산재 역학조사는 ‘희망고문’…조사 기간 5년간 2배 급증(한겨레, 2023.03.10.)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82989.html?_ga=2.238442752.1692987608.1679876365-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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