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자연 그대로 국경에서

                                                                                                                   

바람이 분다.
꽃이 피면 꽃바람 불어오고
비 내리면 꽃비 내린다.

새도 날아오고
나비도 날아오르는 봄날
땅 위를 걷는 벌레처럼
사람도 걷고 있다.

1998년 지금은 중국령인 도문, 북녘에 두만강 위 철교를 걸었다. 철교를 걸어 북녘과 중국을 구분 짓는 다리 위 국경선에서 살짝 발을 옮겨 북녘땅을 밟았다. 나는 그렇게 무비자로 북녘에 다녀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22개 나라를 잠시 잠깐 다녀보았다. 유럽을 여행하며 속울음을 울었던 적도 있다. 과거 원한을 품고 적대국으로 서로를 침략하고 할퀴고 상처 냈던 이민족들이 지금은 격 없이 국경선을 넘고 넘는 현장을 보았다. 잠든 채 기차를 타고 가다 기차표를 제시하고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면 그만인 채 그대로 타국을 넘나드는 현장 여행자인 나만 속으로 울었다. 그리고 부럽고 부러웠다.

폴란드  나치학살의 현장 아우슈비치에 있는 상처의 현장을 나타내는 지도
폴란드  나치학살의 현장 아우슈비치에 있는 상처의 현장을 나타내는 지도

나는 외국인들과 통일을 이야기할 때 그리고 국경을 넘나들며 여권을 제시해야 하는 불편을 이야기할 때 천하에 가장 멍청한 짓거리로 사는 것은 사람뿐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지금도 말이 통하는 외국인들과 자주 나누는 나의 말이다.

국경선에 앉아 서로 다른 나라에 한발씩 두고 보라.

새도 허공을 날아 국경을 넘고 
바람도 불어 국경을 넘고  
나비도 물고기도 벌레도 자유롭게 국경을 넘고 
오직 사람만 여권 보여라. 
비자를 받아라.

참으로 멍청한 것이 사람들이어서 
잘난 척은 다 하면서 
자신들이 사슬에 묶여 
개 목에 목걸이를 채우듯 
자신들을 사슬에 묶고 살아가는 꼴이다.

중국 비암산에 있던 노래비 반갑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흔적이다. 
중국 비암산에 있던 노래비 반갑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흔적이다. 

* 역사의 폐악질을 멈추지 않는 반역의 무리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매국매족하고 있는 현실을 이겨가야 하는 우리 민족의 슬픔은 언제 멈출 수 있을까? 사색이 깊어지는 날들입니다. 말이 길어지고 명상이 깊어져가는 날들입니다. 모두가 단단해져서 끝끝내 반역의 무리들을 이겨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형효 객원편집위원  tiger3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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