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화(완주)

 

목련화의 신념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회원, 목사)

 

꽃샘바람이 봄을 꺾어

시린 등골이 스멀거리던 밤

목련은 밤새 된서리로

몰매를 맞아 뒤척이더니

힘에 겨워 황갈색 꽃망울로 고개를 떨군다

 

한 때는 시베리아 한겨울

겉옷 속옷을 차례대로 벗고

엑스레이도 모자라 시티 엠알아이

검게 그을린 악성 세포를 적출하기까지

참아낸 수치는 꽃망울 피우는 소망으로 살았다

 

들꽃은 앞다투며

꽃필 자리를 찾아 더듬거리고

왜 동백은 짚불처럼 시들어가는지

왜 수선화는 노란 고개를 떨구는지

목련은 된서리 깊은 상처를 설명하기도 아프다

                                               

  자목련(완주)

 

사량도 동백꽃이 후드득 떨어지는 이유를

한산도 수선화가 수려한 고개를 숙이는지를

통영 앞바다 건져 올린 우럭은

생명의 기록을 명백히 알고 있는데

용산에 상륙 후쿠시마산 우럭이 독도에 입을 벌린다

 

역사를 지켜낸 독도는 된서리에

황갈색 입술이 자목련이 되기까지

북간도에 떠돌던 목련꽃이 되어

할퀸 흔적을 고스란히 뿌리에 묻고

동쪽 끝 파수대로 살아 한반도 역사를 지켜간다

 

꽃샘바람은

외투를 벗기지 못하지만

이슬은 된서리를 집요하게 말리고

동백 춤사위 끝 춘백으로 피워낸다

떨어져 내린 백목련 어깨 넘어 자목련이 피어난다

                                                    

  목련화(완주)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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