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1979년생 노동자는 이미 고인인지라 그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질병 인정을 신청하여 인정받았다. 노동자가 26세인 2005년 2월부터 직업 생애를 시작하면서 거친 곳은 ◇사업장, 연구소, 공장, □사업장 등이다. 만 38세가 되던 2017년 9월 18일 대학병원에서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을 진단받은 지 약 9개월이 지난 2018년 6월 3일에 목숨을 빼앗겼다. 그때 나이는 39세였다. 그의 직업 생애는 약 13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억지로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은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림프조혈기계 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는 34세인 2013년 6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2017년 8월까지 약 4년 3개월간 반도체 생산설비의 가스공급시스템 셋업과 운영 업무를 주로 하였다. □사업장 입사 전 2005년 2월부터 2010년 1월까지는 ◇사업장에서 분석장비 엔지니어와 영업사원으로, 이후 2011년 4월부터 2013년 5월까지는 연구소와 공장 등에서 시험 분석 연구원으로 각각 근무하였다.

한겨레, 2023-03-10.
한겨레, 2023-03-10.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사업장에 입사(2013년 6월)한 시점에서 약 8개월 전인 2012년 8월에 받은 특수건강진단에서 백혈구수 11,100 /uL, 혈색소 14.0 g/dL이었고, □사업장에 입사(2013년 6월) 직전 2013년 4월 건강검진에서는 백혈구수 8,210 /uL, 혈색소 14.7 g/dL이었다. 건강검진에서 노동자의 질환과 관련한 특이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입사한 지 약 4년 3개월이 지난 2017년 9월 11일, 노동자는 두통과 소화불량이 지속되어 동네병원(로컬의원)에 가서 행한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36,900 /uL, 혈색소 9.9 g/dL, 혈소판 14,000 /uL 등의 소견이 보여 정밀검사를 권유받았다. 대학병원으로 가서 2017년 9월 18일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이후 항암치료를 했는데도 완전완화(complete remission)에 이르지 않았다. 완전완화는 치료 후 골수검사에서 아세포가 5% 이하이며 골밀도가 20% 이상이면서, 피검사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하여 4주 이상 유지되는 상태다(서울대학교암병원).

2018년 1월에는 진균구(眞菌球·fungus ball)로 인하여 폐의 쐐기절제술(wedge resection)을, 2018년 2월 21일에 동종조혈모세포이식(allo-PBSCT)을 각각 시행하였다. 하지만 병은 더 진행하여 이식편대숙주질환이 발생하였고, 2018년 4월에는 ‘아급성(亞急性) 경뇌막(硬腦膜) 하혈종’(sub-dural hematoma) 등이 발생하였다. 혈종(血腫·hematoma)은 수술을 포함한 질병이나 상해로 인한 혈관 밖 국부 출혈이고, 멍은 단순한 형태의 혈종이다(위키백과). 아급성은 급성과 만성의 중간 성질이다. 결국, 노동자는 39세인 2018년 6월 3일 목숨을 빼앗겼다. 사망진단서에 선행 사인으로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이 기록되었다.

노동자는 과거 흡연자로 4.5PY 흡연력, 음주 관련해서는 의무기록에서 일주일에 2회, 1회당 소주 반병의 음주력 등을 보였으나 과거력(過去歷)에서 특이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한겨레, 2023-03-10.
한겨레, 2023-03-10.

유족은 노동자가 기체분석장비 유지보수업무, 페인트 분석업무, 가스와 케미컬 공급업무 등의 현장관리를 하면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크실렌, 테트라하이 드퓨란, 2-에톡시에탄올, 아세톤, 염산, 불산, 황산, 질산, 메틸알코올 등에 다량 노출되어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질병을 인정해 달라고 신청하였고, 2019년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상질병 인정여부의 결정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요청하였다.

2023년 1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3.01.20. 비대면화상회의)는 아래와 같은 여섯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남, 1979년생)는 만 38세가 되던 2017년 9월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으로 진단받았고 2018년 6월 목숨을 빼앗겼다. 둘째, 노동자는 2013년 6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2017년 8월까지 4년 3개월간 반도체 생산설비 가스 공급시스템 셋업과 운영 업무를 수행하였다. 셋째, 이전 직장인 ◇사업장에서 약 3년 1개월간 가스크로마토그래피(Gas Chromatography)의 설치와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였고, 연구소와 공장에서 약 2년 1개월간 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넷째, 노동자의 상병과 관련된 직업적 유해 요인으로 벤젠, 포름알데히드가 근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섯째, 노동자는 가스크로마토그래피의 설치와 유지보수 업무, 도료 분석업무 등을 수행하면서 벤젠과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됐을 것으로 판단한다. 여섯째, 역학연구를 고찰한 결과 벤젠은 림프조혈기계암과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

노동자는 2017년 9월 백혈병을 진단받았고, 39세인 2018년 6월 3일에 목숨을 빼앗긴 후 약 4년 7개월이 떠나간 2023년 1월 20일에서야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4월 5일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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