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향교 '향교랑놀자' 장용영 24반무예 공연 후기-

 

장용영 24반무예시연단 ©김재광
장용영 24반무예시연단 ©김재광

 4월 첫날 해뜨기 이른 시간 고즈넉한 나주향교 상읍례장에 24반무예시연단(이하 시연단)의 숨소리와 발소리가 새벽을 연다. 오후에 있을 장용영 24반무예 공연을 위해서 병장기, 대나무, 짚단 등 소품을 준비하는 소리가 향교를 지키고 있는 오백년 수령의 비자나무 잎사귀를 가볍게 흔든다.

나주읍성 서문 영금문(서성문) ©김재광
나주읍성 서문 영금문(서성문) ©김재광

시연단 준비를 뒤로하고 근대 통한의 역사가 서린 나주읍성을 보고 싶은 마음에 길을 나섰다. 나주읍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천년고도를 지킨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나주목사의 집무처 금성관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대문이 인마의 통로이며 물산의 유통 기능을 한 석축으로 조성되었다. 호남제일의 곡창지대인 나주평야의 젖줄 영산강을 품고 있는 나주성에는 근대에 두 번의 큰 내우외란의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1894년 1월 세도정치의 혼탁함과 삼정의 붕괴, 벼슬아치들의 폭정에 분노한 갑오동학동민군이 전라도 고부군에서 봉기하여 탐관오리 대명사 조병갑을 몰아 내고, 이어 4월 황토현전투에서 승리하여 호남 주요 군현을 점령하고 파죽지세로 진격하여 전주성까지 입성하여 전주화약을 맺고 집강소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단 한 곳 나주성만은 점령하지 못해서 집강소를 설치하지 못했다. 청일전쟁 발발로 척왜척양를 기치로 2차 봉기한 동학농민군이 일제와 탐관오리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농민군의 후방이며 군수품과 물산의 집합소인 나주를 점령하고 집강소를 설치해야 했는데, 나주목사 민종렬를 중심으로 일심단결한 유림에 의해서 수회의 전투와 전봉준의 최후 담판도 실패하고 끝내는 관군과 농민군이 골육상전의 한맺힌 장소가 되었던 곳이다. 공주 우금티전투에서 관군과 일본군에 패퇴한 동학농민군이 호남으로 흩어져서 후일을 도모할 때 나주성에 포토사가 설치되어 일본군, 보민군과 함께 동학농민군을 철저하게 초토화시켰다.

나주향교 인근 3917마중 벽화 ©김재광
나주향교 인근 3917마중 벽화 ©김재광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결과는 참혹했다. 1년 전 동학농민군을 토벌하기 위해서 청군에게 원군을 요청한 조정의 오판으로 한반도에 출병한 청군과 일본군에 의해서 청일전쟁이 발발하고 승리한 일본이 조선의 국모 민비를 사무라이 낭인들과 친일파에 의해서 시해하는 ’을미사변‘과 ’단발령‘에 분노한 유림을 중심으로 창의한 을미의병의 본거지가 나주성이였다. 나주성을 중심으로 한 호남 을미의병은 변변한 전투 한번 못해보고 관군과 일본군에 의해서 동학농민군의 공격을 방어한 공으로 해남군수가 된 정석진은 참수당하고 담양군수 민종렬은 피체되었다.이어 호남의병은 고종의 의병 해산명령에 따라 해산하고, 전주와 함께 전라도의 수부로써의 지위를 박탈 당하는 비운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에 만약은 있을 수 없지만, 1894년 갑오동학농민군과 화약을 통해서 집강소를 설치하고 화이부동의 정신으로 일제의 침략에 대비했다면 역사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참으로 통한의 역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복원된 나주읍성 중 나주의 진산 금성산을 배경으로 1894년 갑오년 동학농민군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서문인 영금문(서성문)과 북문인 북망문을 둘러보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선조들의 결정에 가슴이 시리다. 또 다시 부끄러운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마음을 다져본다.

나주향교는 서울 성균관대학교 교정에 있는 성균관 다음으로 지방에 건립된 향교 중 최대 면적이다. 건물의 배치는 대성전을 중심으로 앞쪽에 출구인 내삼문 외삼문, 뒤쪽에 명륜당이 배치되어 있고 문과 유생이 수학하는 동재와 무과와 잡과 유생이 수학하는 서재, 대성전 좌우로 동무와 서무가 자리잡고 있는 형태이다.

오전에 오방기를 선두로 시연단 전원이 입장하는 입장식부터 24반무예 중 지상무예 대부분을 시연하는 최종 예행연습을 김대양(한국24반무예문화진흥원 대표)의 연출로 진행하였다.

24반무예는 조선후기 정조 임금이 임진왜란부터 당대까지 편찬된 병서를 바탕으로 규장각 이덕무, 박제가 검서관과 장용영 백동수 무관에게 어명으로 정조 14년(1790년)에 편찬된 ’무예도보통지‘에 기록된 18가지 지상무예와 6가지 마상무예를 합친 24가지 무예를 말한다.

어린이 전통놀이 체험 ​ ©김재광​
어린이 전통놀이 체험 ​ ©김재광​

오후 1시부터 어린이와 함께 온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체험행사가 상읍례장 주변에서 진행되었다. 전통놀이인 재기차기, 한복입고 사진찍기, 에코백 만들기. 서화 그리기, 선비놀이 등 다채로운 놀이들이 진행되었다.

(좌에서 우로) 오인선 전교, 강현옥 단장, 강경용 학교장 ​©김재광​
(좌에서 우로) 오인선 전교, 강현옥 단장, 강경용 학교장 ​©김재광​

오후3시 나주향교 강현옥(콘텐츠사업단장)의 사회로 장용영 24반무예 공연이 시작되었다. 먼저 나주향교 오인선 전교는 ”조선시대 향교는 고을마다 있었던 학교였습니다. 학교에는 문과생도 있었지만 무과 나 잡과 등 다양한 공부도 했습니다...(중략)...오늘은 문무를 겸비한 선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용영 24반무예를 준비했습니다....나주향교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과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즐겁습니다.“라고 인사말를 하였다. 시연단 공연 해설을 맡은 강경용(민족도장 경당학교장)의 24반무예와 한국24반무예문화진흥원에 대해서 소개가 끝나고 음악에 맞혀서 오방기를 앞세운 시연단 입장을 시작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순서와 시연한 무예인은 다음과 같다.(영상화보 참고)

단체 활쏘기(고재민, 고재현, 김규철, 김대양, 김학준, 조경배) -검무(김윤정)-심상검법(고재현)-월도(김대양)-장채찍(김학준)-기창(김대양, 조경배, 김규철, 유경민, 기아무림회 )-쌍검(김대양)-제독검(고재현, 김정권)-쌍수도(고재민)-월도(김경석 ,박노경, 임승명)-월도베기(고재민)-본국검(김대양)-검무베기(김윤정)-짚단베기(김경석)-곤방교전(김경석, 임승명, 박노경, 조경배)-장창(고재민, 고재현, 김대양, 김규철, 유경민)-예도총보(조경배)-단체 베기(고재민, 고재현, 김경석, 김윤정, 김학준, 박노경, 임승명)-시연단 인사

장용영 24반시연단 공연1(상에서 하, 좌에서 우 방향) 입장식-단체활쏘기-검무-심상검법-월도-장채찍 ©김재광
장용영 24반시연단 공연1(상에서 하, 좌에서 우 방향) 입장식-단체활쏘기-검무-심상검법-월도-장채찍 ©김재광
장용영 24반시연단 공연2 (위와 동일) 기창-쌍검-제독검-쌍수도-월도-월도베기-본국검 ©김재광
장용영 24반시연단 공연2 (위와 동일) 기창-쌍검-제독검-쌍수도-월도-월도베기-본국검 ©김재광
장용영 24반시연단 공연3 (위와 동일) 짚단베기-곤방교전-장창-예도총보-검무베기-대나무베기-시연단 인사©김재광
장용영 24반시연단 공연3 (위와 동일) 짚단베기-곤방교전-장창-예도총보-검무베기-대나무베기-시연단 인사©김재광

 

시연단 공연 후 참가 어린이를 위한 활쏘기체험과 시연단과 기념사진 촬영 등 시연단과 관람객이 하나가 된 대동마당이 펼쳐지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어린이 활쏘기 체험 ©김재광
어린이 활쏘기 체험 ©김재광

장용영 24반무예시연단 공연 전체 영상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감상하기 바랍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oEQoWrTNBQ4

고맙습니다.

”민족무예 복원 전승 세계화“를 선도하는 한국24반무예문화진흥원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재광 주주  gamkood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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