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2023.04.02~04.08), 노동자 10명이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 그리스도교 교회 전례력으로 부활절이 임박한 4월 6일, 성목요일(聖木曜日)에 노동자 6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노자(老子)는 <도덕경> 제5장에서 천지불인(天地不仁)과 성인불인(聖人不仁)을 말한다. 대자연이나 그 대자연을 닮고자 하는 성인은 참으로 무정하고 무심한가?

사고 발생의 하루 중 분포는 오전 4명, 오후 6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월 2명, 화 2명, 목 6명이다.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 7명, 깔림 1명, 끼임 2명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시 4명(서울 2명, 부산 1명, 인천 1명), 광역도 6명(경기 1명, 충북 1명, 충남 2명, 전북 1명, 제주 1명)이다.

삼가는 마음으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정리해본다.

지난해 1월29일 토사 붕괴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진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양주/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겨레, 2023.4.11.
지난해 1월29일 토사 붕괴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진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양주/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겨레, 2023.4.11.

4월 3일(월), 11:00경 부산시 사상구의 어느 신축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이동식 고소 작업차에 탑승하여 외벽 판넬 부착 작업 중 떨어져(높이 36m) 목숨을 빼앗겼다. 12:10경 서울시 중랑구의 어느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외벽과 외부 비계 사이로 자재(합판)를 인양하던 중 합판과 함께 떨어짐(4m) 목숨을 빼앗겼다.

4월 4일(화), 15:25경 충남 천안시의 어느 주물제품 제조업 사업장의 제품 상차장에서 대기하던 화물차 운전자가 전진하는 지게차에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16:17경 전북 익산시의 어느 공장 지붕에 공사를 하려고 노동자 1명이 공장 지붕을 이동하던 중 채광창이 깨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져(16.3m) 목숨을 빼앗겼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4월 4일 <사망사고속보>에서 주요 다발 사고 중 고소작업대 관련 사고가 지난 3월에 6건이 발생하여 노동자 6명이 목숨을 빼앗기고 1명이 부상당했음을 간략히 밝혔다. 고소작업대를 사용할 때는 노동자 안전대 지급과 사용(체결) 확인을 철저히 함과 동시에 지반 평탄화, 아우트리거(Outrigger) 사용 등과 같은 장비의 전도 방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2023. 4월 6일(목), 09:38경 충북 음성군의 어느 제조업 사업장에서 용접공이 H형강을 눕히려고 천장크레인을 조작하던 중, 동료 노동자가 조작하던 다른 천장크레인에 부딪힌 후 밀리는 그 H형강과 뒤편의 H형강 사이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10:45경 서울특별시 금천구의 어느 공사현장에서 타일공이 벽체 개구부 주변에 대한 타일 작업을 준비하던 중 개구부로 떨어져(11m) 목숨을 빼앗겼다. 14:25경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의 어느 주택 신축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나선형 철재 계단을 철거하려고 계단 기둥을 산소절단기로 절단하던 중, 고정되지 않았던 그 계단 기둥이 넘어지면서 분리된 계단과 함께 떨어져(6m) 목숨을 빼앗겼다. 15:20경 경기 김포시의 어느 제조업 사업장에서 노동자 1명이 천장크레인으로 사출성형기의 금형(3t)을 인양하여 이동시키던 중, 금형에 맞아 사출성형기 내부 발판으로부터 약 0.7m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6:17경 충남 예산군의 어느 제조업 사업장에서 노동자 1명이 원단의 끊김을 방지하려고 물을 뿌리는 작업을 하다가 롤과 구조물 사이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5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빼앗긴 6일, 20일간 병원에서 치료받던 40대 노동자가 목숨을 빼앗겼다. 그는 지난 3월 18일 09:20경 인천시 중구 운서동의 어느 3층짜리 주차타워 신축 공사장 건물 2층에서 철제 구조물 'H빔'에 나사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다가 4m 아래 지상으로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친 후 병원에서 치료받았으나 끝내 목숨을 빼앗겼다(연합뉴스, 2023.4.7.).

장례식장으로 퇴근한 노동자! 목숨 빼앗긴 현장 노동자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4월 12일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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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87455.html?_ga=2.241249154.126976379.1681252721-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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