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59년생 여성이다. 만 57세가 되던 2016년 9월 13일 폐에 비소세포암(Non-small cell carcinoma·선암종)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는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 보조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하여 2006년 5월 조리사 자격증 취득 후 여러 병원 급식실에서 조리사로 줄곧 근무하였는데, 병원 급식실에서 근무할 무렵부터 조리장을 맡았다. 급식실에서는 식자재 검수, 전처리, 음식물 조리, 주방 청소, 배식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학교 급식실은 중식 기준 600인분 정도, 나머지 병원 급식실은 중식 기준 100인분 정도의 식사를 각각 준비하였다. 급식실 근무자는 조리사 1~2명(조리장 1명 포함), 조리 보조원 2명으로 3~4명 수준이었다. 특히 노동자는 진술하길, 조리장을 맡았을 때는 튀김, 전, 구이는 대부분 직접 조리하였고, 과거에는 오븐 없이 볶거나 튀기는 조리가 많았고, 병원은 학교보다 더 위생에 민감하여 남은 음식은 전량 폐기한 후 모든 음식을 새로 조리하였다. 하루 2회 또는 3회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적어도 2~3시간 정도는 조리 흄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교 급식조리사들이 점심을 준비하는 모습. 한겨레 장철규 선임기자. 한겨레21, 2022.01.25.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교 급식조리사들이 점심을 준비하는 모습. 한겨레 장철규 선임기자. 한겨레21, 2022.01.25.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병원에서 근무하던 2016년 9월 7일 보건소에서 건강검진을 할 때 흉부 엑스선 촬영으로 우연히 발견된 우상엽 결절에 대한 소견이 보여 2016년 9월 9일 대학병원에 입원하였다. 노동자는 그 후 수행한 흉부 CT영상검사에서 3.2cm 크기의 결절이 관찰되었고, 2016년 9월 13일 경피적 ‘세침흡인 생체검사’(Fine neddle aspiration biopsy)에서 비소세포암(선암종)을 진단받았다.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겨 10월 12일 우상엽 절제술과 종격동 림프절 절제술을 받았고, 추후 병리검사에서 주변 림프절 전이에 대한 소견이 없어 현재까지 추적관찰 중이다. 노동자는 흡연과 음주는 하지 않았다. 건강검진 기록에 따르면 2011~2013년경에 고지혈증 소견이 보였으나, 약물복용 이력 없이 이후로 정상 소견이 보였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함께 거주 중인 가족인 배우자와 자녀 2명은 흡연이력이 없고, 발병이전 항암치료와 관련 가족력은 없다.

노동자는 급식실에서 음식물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와 주방청소 작업에 따른 화학 제품 등에 대한 노출이 지속되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여 2019년 9월 19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12월 27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22년 11월8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급식실 폐암 산업재해 대책 마련’과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실시한 학교급식노동자 폐 컴퓨터단층촬영(CT) 건강검진 중간결과에 따르면 광주·대구·울산·전남·충남 교육청 학교급식노동자 5979명 중 1634명(27.3%)이 폐에 ‘이상소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2월 이후 학교급식노동자의 폐암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고 있다. 한겨레21, 2022.12.08.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22년 11월8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급식실 폐암 산업재해 대책 마련’과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실시한 학교급식노동자 폐 컴퓨터단층촬영(CT) 건강검진 중간결과에 따르면 광주·대구·울산·전남·충남 교육청 학교급식노동자 5979명 중 1634명(27.3%)이 폐에 ‘이상소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2월 이후 학교급식노동자의 폐암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고 있다. 한겨레21, 2022.12.08.

2022년 121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2.12.08.~12.12. 서면심의)는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57세가 되던 2016년 9월 13일 폐에 비소세포암(선암종)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2000년 3월 학교에서 조리보조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하여 2016년 12월까지 조리사로 약 16년간 학교와 여러 병원의 급식실에서 근무하였다. 셋째, 국제암연구소(IARC)는 폐암 발생의 직업적 요인으로 비소, 석면, 검댕(soot), 디젤엔진 배기가스, 코크스 생산 등이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평가하며 조리 흄, 고체연료 연소물질, 인쇄공정, 벤젠 등을 제한적 근거로 분류하고 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공기오염물질, 흡연 등에 대한 호흡기 노출 이후의 폐암 발생 잠재기는 약 10~30년으로 보고되고 있다. 넷째, 노동자는 약 16년 동안 조리업무를 수행하면서 조리 흄 중 미세분진, 초미세분진, PAHs,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에 대한 노출이 지속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PAHs(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2개 이상의 벤젠고리가 선형으로 각을 지었거나 밀집된 구조로 이뤄진 유기화합물로서 화학연료나 유기물의 불완전 연소 시 부산물로 발생하는 물질이다(한국식품안전연구원). 다섯째, 1990년대 후반 학교 급식시설에서는 개방형 솥을 주로 사용하였고, 성능이나 규격이 미흡한 배기장치의 사용률이 40% 수준이었다는 선행 문헌을 고려할 때, 근로자는 특히 2000~2005년 사이의 조리작업 공정에서 단시간 동안 고농도의 조리 흄에 대한 노출이 빈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자는 2016년 9월 폐암을 진단받은 이후 약 9년 4개월이, 2019년 12월 27일 역학조사를 의뢰한 지 약 3년이 각각 떠나간 2022년 12월 12일에서야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4월 13일

*관련 기사: 애들 밥해주는데 왜 폐암 걸렸냐고요? (한겨레21, 2022.01.25.)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060.html?_ga=2.171568160.126976379.1681252721-1404263838.1647078447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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