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나무(저자촬영)

 

가시나무의 외로움

                                                                           박 명 수 ( 한국문인협회회원, 목사 )

 

당신은 담장 밑에

겨울철 가시나무로 살다가

햇살 분주한 봄날에는

가시 틈 싹을 내는 엄나무로

촉을 틔우기를 갈망한다

 

가시에 찔릴까 봐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지만

오히려 풍차를 거인처럼

착각한 돈키호테 마음으로

스스로 가시에 찔려 구멍이 뚫린다

 

당신은 피부에 돋아난

뾰루지 하나만으로도 쓰리다

상처로 힘들어하는 심장은

추위에 더 이상 덮을 것 없어도

가시 하나만으로 견디기를 잘한다

                                    

  은천골(저자촬영)

 

사람마다 꺼내기 싫은

가시 하나를 품에 안고 살아간다

가시 끝이 나를 찌를 때는 아프지만

나에게 있는 가시가

남을 향할 때는 기억조차 않는다

 

국민학교 교정 앞

몸집 두꺼운 벚나무 체격은

반백 년 후 여전히 그 키로 서 있듯이

동창생들 50년 후 잔주름만 서 있듯이

서 있는 나무는 언제나 고독(孤獨)하다

                                                          

    엄나무(저자촬영)
    엄나무(저자촬영)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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