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의 외로움
박 명 수 ( 한국문인협회회원, 목사 )
당신은 담장 밑에
겨울철 가시나무로 살다가
햇살 분주한 봄날에는
가시 틈 싹을 내는 엄나무로
촉을 틔우기를 갈망한다
가시에 찔릴까 봐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지만
오히려 풍차를 거인처럼
착각한 돈키호테 마음으로
스스로 가시에 찔려 구멍이 뚫린다
당신은 피부에 돋아난
뾰루지 하나만으로도 쓰리다
상처로 힘들어하는 심장은
추위에 더 이상 덮을 것 없어도
가시 하나만으로 견디기를 잘한다
사람마다 꺼내기 싫은
가시 하나를 품에 안고 살아간다
가시 끝이 나를 찌를 때는 아프지만
나에게 있는 가시가
남을 향할 때는 기억조차 않는다
국민학교 교정 앞
몸집 두꺼운 벚나무 체격은
반백 년 후 여전히 그 키로 서 있듯이
동창생들 50년 후 잔주름만 서 있듯이
서 있는 나무는 언제나 고독(孤獨)하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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