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오랫동안 긴 겨울을 보내고 맞은 2023새 봄이기에, 봄과 관련된 제목의 시를 더욱 찾게되나 봅니다. 오늘은 전남 순천시 출생의 서정춘 노()시인의 213행의 아주 짤막하면서도 시상(詩想)이 응축된 , 파르티잔이란 제목의 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 파르티잔 >

                                                                                      - 서정춘 -

 

꽃 그려 새 울려 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처음에 이 시를 읽고는, 제목도 그렇고 아주 단출하게 전개된 시어(詩語)에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마치 일본 바쇼의 하이쿠[=俳句]를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그러면 제 나름의 감상을 서술해보겠습니다.)

제목의 , 파르티잔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시라는 것 암시하고 있지요. ‘파르티잔’(partizan=파르티잔=빨치산)에 비유하는데, 그 이유는 시 전체를 몇 번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봐야 겨우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꽃 그려 새 울려 놓고==> 봄이 와서 온갖 꽃들을 백화제방(百花齊放) 식으로 피어나게 하여, 새들이 날아와 지저귀게 해 놓고는...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마치 전설적인 파르티잔처럼 은밀하게) 지리산 골짜기로 숨어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왜 하필 지리산일까요? 현대사(現代史)적으로 지리산이 빨치산의 본거지라서 그렇다고 답할 수도 있겠지요.

제 생각으로는 지리산의 철쭉을 붉게 물들여 꽃피우기 위해서라고 답하겠습니다. 4월말부터 5월까지 지리산의 운봉읍 바래봉 등지에서 철쭉이 붉게 무리지어 피어나는 장관(壯觀)을 연출하기 위해지리산으로 떠난게 아닐까요?

그래서 이제야 , 파르티잔이란 제목이 비로소 마음에 와닿게 됩니다.

 지리산 운봉읍 바래봉 철쭉제 사진 (http://www.namwon.go.kr/town)

 

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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