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오랫동안 긴 겨울을 보내고 맞은 2023년 ‘새 봄’이기에, 봄과 관련된 제목의 시를 더욱 찾게되나 봅니다. 오늘은 전남 순천시 출생의 서정춘 노(老)시인의 21자 3행의 아주 짤막하면서도 시상(詩想)이 응축된 ‘봄, 파르티잔’이란 제목의 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봄, 파르티잔 >
- 서정춘 -
꽃 그려 새 울려 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처음에 이 시를 읽고는, 제목도 그렇고 아주 단출하게 전개된 시어(詩語)에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마치 일본 ‘바쇼’의 하이쿠[=俳句]를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그러면 제 나름의 감상을 서술해보겠습니다.)
제목의 ‘봄, 파르티잔’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시라는 것 암시하고 있지요. ‘봄’을 ‘파르티잔’(partizan=파르티잔=빨치산)에 비유하는데, 그 이유는 시 전체를 몇 번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봐야 겨우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꽃 그려 새 울려 놓고’ ==> 봄이 와서 온갖 꽃들을 백화제방(百花齊放) 식으로 피어나게 하여, 새들이 날아와 지저귀게 해 놓고는...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 (마치 전설적인 ‘파르티잔’처럼 은밀하게) 지리산 골짜기로 숨어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왜 하필 지리산일까요? 현대사(現代史)적으로 지리산이 ‘빨치산’의 본거지라서 그렇다고 답할 수도 있겠지요.
제 생각으로는 ‘지리산의 철쭉을 붉게 물들여 꽃피우기 위해서’라고 답하겠습니다. 4월말부터 5월까지 지리산의 운봉읍 바래봉 등지에서 ‘철쭉이 붉게 무리지어 피어나는 장관(壯觀)을 연출하기 위해’ 지리산으로 떠난게 아닐까요?
그래서 이제야 ‘봄, 파르티잔’이란 제목이 비로소 마음에 와닿게 됩니다.
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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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은 카타르시스 배설효과, 시인은 무엇을 해소하려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