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죽음을 언급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한국 사람들 자살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도 오래되었는데 최근에는 더욱 심각해지는 경향입니다. 다른 민족에 비해 자살 욕구가 심한가? 아니면 모든 일을 빨리빨리 하려는 조급함 때문일까? 또는 초등학교부터 심한 경쟁에 노출이 많이 되어서 그런가?

이유가 마땅하지 않아 보입니다. 경쟁이 심한 운동선수들이 일방적으로 높은 것도 아니고, 성격이 급한 사람이 더 많이 자살한다는 근거도 없어 보이고요.

최근에 전세사기를 당한 젊은 청춘이 연이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또한 피해자들 상당수가 앞으로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거나, 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입니다.

또 하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검찰이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살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자살자 중에는 흉악범이나 사기범처럼 지은 죄가 명확한 범죄자들은 없고, 본인의 의사에 반해 수사받게 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이들이 죽음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억울함’이었을 것입니다. 사기꾼에게 당해 먹고, 사고, 놀고 싶은 거 다 참고 모은 전 재산을 허망하게 날렸다면, 그리고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는데 사기꾼은 떵떵거리고 활보할 걸 생각하면 그 마음이 어떨까요? 고통과 분노의 크기가 짐작이 안 갑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사기꾼에게 당해 전 재산을 날린 억울함이나, 자기가 행하지 않은 일로 단죄하려는 힘에 당하는 억울함이 죽음만큼이나 크다는 것입니다.

억울하다는 말은 중국 사람들도 많이 사용합니다. 冤枉(원통할 원, 굽을 왕)이라고 하는데 사전에서는 ‘冤枉 : 無辜的人被誣指為有罪’라고 설명합니다. ‘위엔왕 : 무고한 사람을 모함하여 죄가 있다고 함’ 이라 정의합니다.

이명박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영포빌딩에서 중국집을 했던 전직 사장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장사가 잘되자, 빌딩주 이명박에게 자기 돈으로 업장을 확장해서 장사를 하겠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잘해보라고 격려까지 했답니다.

자기 돈 수억을 들여 업장을 확장하면 통상적으로 계약은 자동 연장이 되었답니다. 새로 단장하여 한참 장사가 잘되는데 용도 변경해서 자기가 사용해야 하니 나가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권리금이고 뭐고 한 푼도 못 건지고 빈손으로 나왔답니다.

알고 보니 주인만 쫓아내고 주방과 홀에서 일하는 사람까지 그대로 남아서 사업을 하고 있더랍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명박을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고 울화가 치밀어 빈손으로 필리핀에 가서 중국집 요리사로 일하다 다시 한국에 왔다고 하더군요. 그 와중에 부인이 자살하고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고 합니다.

저는 다스 BBK 어쩌고저쩌고 보다 이 이야기 듣고 이명박이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억울하고 원통하게 만드는 사기꾼이야말로 이 지구상에서 최악의 살인자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 박재동주주 / 한겨레:온
사진 : 박재동주주 / 한겨레:온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잘 항행하던 우리 배를 좌초시키고 남의 배에 올라타려고 합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배도 결국 남의 배고, 그 배의 주인이 노략질을 일삼는 배라면 언젠가는 침몰하고 말 것입니다. 조금 부족해도 우리 배를 끝까지 유지하고 더 키워야지요.

윤석열 하면 많은 사람이 연산군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윤산군으로 부르기도 하지요. 술과 폭력, 후에 사약을 받는 장녹수 등을 대비하면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인조의 길을 걷고 있지 않나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습니다.

신하들이 깔아놓은 방석에 얼떨결에 올라타 왕이 된 중종반정과는 달리 인조는 광해군을 배반하는 반정에 적극 가담하여 왕이 됩니다(인조반정). 그리고 측근들만 등용하여 측근정치만 하다 보니 백성의 바람이나 국제관계에 전혀 대응을 못 하고 전쟁을 불러옵니다. 이괄의 난으로 공주까지 도망갔고, 정묘호란으로는 강화도까지 도망쳤다가 청과 형제의 맹세(정묘화약)를 합니다.

병자호란 때는 멀리 가지도 못하고 겨우 남한산성까지 도망가 갇혔다가 삼전도(송파구 삼전동)에 내려와 삼궤구고두례(三跪九叩頭禮)를 합니다. 추운 겨울철 청 숭덕제를 향해 맨땅에서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려 항복하지요(삼전도의 굴욕).

국제적인 호구 인조도 안에서는 큰소리 칩니다. 자기 잘못으로 청나라에 항복하고 소현세자를 볼모로 보냅니다. 귀국한 소현세자가 의료사고로 의심되는 죽임을 당합니다. 그리고 원자(소현세자 아들)가 어리다는 이유로 뜻있는 대신들의 반대를 뒤로하고 측근들의 비호 하에 차남(효종)을 세자로 책봉합니다. 그리고 차남의 왕권을 위함인지 원자의 어머니를 모략 질로 죽이지요.

그런 업보 때문이었을까요? 소현세자 사후 4년 뒤 55살의 인조는 학질(말라리아)로 세상을 뜹니다.

최근 4.19혁명 대통령 기념사가 말이 많습니다. 이승만, 박정희를 추종하는 집권당 대통령이 갈 자리인지도 의문이고, 그 기념사를 지하에서 들었을 영령들이 억울하지는 않으셨을는지.

한반도의 원혼들이시여, 남은 생령들을 어여삐 여기소서!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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