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하신 몸도 아니고
잘나고 예쁘지도 않고
대단하지도 비싸지도 않고
그저 평범하고 서민적 인데
나를 한 번 만난 사람들은
나를 잊지 못하네
가끔 그립다며 찾아와
흡족하게 놀다가네
잊을 만하면 잊지 않고 기억해 주네
어떤 가난한 불쌍한 사람은
나와 3주를 동거하다 쌩코피가 터졌네
코피를 닦으며 나를 집어 던지더군
물론 그런 적도 있었네만
높은 분들도 간혹 나를 찾는다네
그래도 대부분은
배를 쓰다듬으며 만족하지
어떤 사람들은 눈물도 흘린다네
나?
내가 누구냐고?
나를 몇 번이나 만나고도
나를 모른다니,
당신은 불감증이야
나는 라면이야
이제 알겠어?
오늘 저녁 또 만나볼까?
* 필자해설 : 78년 내가 군 생활을 할 때 3주간 라면만 먹었더니 코피가 터졌다는 한 병사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엇그제 라면을 먹다가 문득 그 이야기가 떠올라 시로 남깁니다.
편집 : 조형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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