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스케치
우리는 행복한 순간의 그림을 자기 삶에서 몇 개는 갖고 있다. 내 경우 아련한 행복의 장면은 야외 스케치 장면이다. 그것도 스승과 함께하는. 우리는 가끔 캔버스에 이젤을 들고 주례로 하단으로 구포 쪽으로 야외 스케치하러 갔다. 구름에 따라 화면이 밝았다 어두웠다 했다. 돌아올 때 국수, 라면과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선생님은 절대 권위적인 태도가 없으셨다.
한 번은 같이 탁구장을 갔을 때 갑자기 정전이 되어 나오게 되었다. 나는 훔친 탁구공을 슬쩍 보여 드렸다. 그랬더니 선생님도 주머니에서 탁구공을... 하모니카도 정말 잘 불어 트로이메라이와 뻐꾹 왈츠를 자주 들려주셨다. 다정하시면서도 거짓과 불의에는 추상같았던 선생님. 그립습니다. 선생님, 그립습니다. 선생님!
(2021년 이상석 등 저. '북녘 동포에게 편지 쓰는 사람들' 중 내 편지글 삽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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