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3년생 여성이다. 56세이던 2019년 11월 건강 검진에서 종괴(腫塊)가 발견되어 대학병원에서 원발성 폐암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심의 결과서> 상, 노동자의 직업 생애는 26년 3개월이다. 그중 86.7%인 22년 9개월을 병영 식당에서 민간 조리원으로 근무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갈월동 회의실에서 연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폐암 1기 진단을 받은 급식노동자들이 입장을 발표하는 도중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학교급식노동자 중에서 32.4%가 이상소견을 보였고 폐암 확진 및 의심자가 341명으로 나타났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 2023.03.14.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갈월동 회의실에서 연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폐암 1기 진단을 받은 급식노동자들이 입장을 발표하는 도중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학교급식노동자 중에서 32.4%가 이상소견을 보였고 폐암 확진 및 의심자가 341명으로 나타났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 2023.03.14.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1980년대 약 3년간 방적(紡績·섬유를 가공하여 실을 뽑는 일) 공장에서 가공한 실을 감는 권취(捲取) 공정의 작업반장 업무를, 퇴사 후 카펫 제작공장에서 6개월간 업무를 각각 수행하였다. 권취는 실, 극판, 코일 따위를 두루마리 형태로 둥글게 말거나 감는 일이다. 이후 1997년 3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부대 명칭은 변경됐으나 군부대 내 병영 식당에서 민간 조리원으로 약 22년 9개월 동안 취사병의 조리 지도업무, 식자재 검수, 조리(튀김, 볶음, 부침) 등의 조리실 내 업무 전반을 담당하였다. 노동자는 하루 두 끼를 준비하면서 직접 조리 또는 취사병에 대한 조리지도 등의 과정에서 약 3시간 정도 튀김, 구이, 볶음, 부침개 등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와 가스에 노출되었다.

조식을 제외한 중식과 석식에는 매 끼니마다 튀김 또는 볶음 요리가 대부분 포함되었다. 특히 구이(달걀부침)는 식사 인원만큼 노동자가 직접 구웠고, 볶음보다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튀김의 경우 노동자가 직접 하거나 취사병 조리 시 튀김 솥 옆에서 대기하는 동안 하루에 약 3시간 정도 조리흄(cooking fumes)에 노출되었다고 한다. 또한, 취사장 출입구로 드나드는 담배 연기에 수시로, 점심시간 전·후로 담배 연기에 더욱 심하게 각각 노출되었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56세가 되던 2019년 11월 건강검진에서 종괴가 발견되어 상급병원 진료를 권유받아 대학병원에 가서 원발성 폐암을 진단받았다. 2019년 12월 비디오 보조 흉강경(胸腔鏡)으로 우상엽 절제술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비소 세포 폐암’으로 진단되었다. 이후 항암치료를 하였고 현재 추적관찰 중이다.

노동자는 흡연은 하지 않았으나 한 달에 2회 소주 반병을 마셨다. 아버지도 남편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아들은 성인이 되고 담배를 피웠지만 집에서 피운 적은 없었다. 폐암의 가족력은 없었다. 어머니가 자궁경부암을 진단받았다. 건강진단에서 몇 가지 소견이 보였다. 즉, 2015년 4월 흉부 촬영 결과, 비결핵성 질환 소견이 보였지만 추가 검사는 하지 않았다. 2016년 3월과 2017년 11월에 각각 이상지질혈증(異常脂質血症) 의심 등으로 2차 검진 대상이었다. 2019년 11월에 당뇨병 질환 의심에 대한 소견이 보였다.

노동자는 환기와 환풍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조리기구의 가스, 튀김 요리를 할 때나 조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 부대원의 흡연으로 인한 간접흡연 등에 노출되어 상기 질환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 조사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뢰하였다.

2022년 12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2.12.16.)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56세가 되던 2019년 11월 폐암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97년 군부대 내 병영 식당에 입사하여 22년 9개월 동안 민간 조리원으로 근무하였다. 셋째, 노동자의 상병과 관련된 직업적 요인으로 고온의 튀김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이 제한적 근거가 있다. 노동자는 조리업무 중 고온의 튀김, 볶음, 구이 등을 요리할 때 발생하는 조리흄에 장기간 노출되었다. 넷째, 노동자 재직 당시에 환기 시설은 미흡했다. 2006년에 축류형(Axial Fan) 송풍기가 추가로 설치되었지만, 국소배기시설은 없었다. 여전히 환기시설은 열악하였다.

노동자는 2019년 11월 폐암을 진단받은 이후 약 3년 1개월이 떠나간 2022년 12월 16일에서야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4월 28일

*관련 기사: [영상] 튀기고 굽다 ‘조리흄’ 흡입…급식노동자 최소 60명 ‘폐암 확진’(한겨레, 2023.03.14.)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083495.html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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