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은천계곡)

 

감꽃 기다리는 밤

                                                                  박 명 수(한국문인협회회원, 목사)

 

빛 고운 날
배잎 새싹은
입에 가득 배꽃 물고 나오고
배꽃의 삶은 튼실한 배를 갈망한다


어설픈 햇살은 아직
싸늘한 들풀을 다독이고
남모르게 피어난 들꽃은
쿵쾅거리는 심장 하나씩을 달았다

석양 속 빨려든 해
샛별 물고 나오고
새벽을 두들기는 금성은
옥양목 마당 비워두고 마실을 간다

 

썰물의 용기에
뒷덜미 붙잡힌 밀물은
썰물이 비워둔 근육으로
매일*역리에 저항하는 꿈을 꾼다

 

잃은 딸 찾아
헤매는 멧비둘기는 밤마다
살점을 떼내어 백만 개 꽃눈을 달고
흘린 눈물로 변하여 쓴 민들레로 피어난다

 

감꽃 물고
나온다는 감잎 소식
된서리로 돌아오지 않은 화석이 되고
감꽃 기다리다 지친 동박새만 울부짖는다.


* 역리(逆理) : 살아가는 이치를 거스름

  동박새(어청도)
  동박새(어청도)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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