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대지를 촉촉하게 적신다
곤두섰던 만물들은 나래를 접는다
혼란한 내 맘도 씻기고 내려진다
비가 오면 세상이 차분해져서 좋다
이삼일 계속 왔다
강물이 점점 불어났다
갈대는 평소 강바닥 이곳저곳에
장승처럼 꿋꿋하게 서 있었다
마냥 자신이 최고인양 굽힘도 없이
강수량이 많아지고 강물이 높아졌다
물길이 점차 세차게 흘렀다
갈대는 서서히 자세를 낮춘다
흙탕물이든 맑은 물이든 상관없이
물살에 마주서면 뿌리도 뽑힐 것 같아
이제는 아예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게 살길임을 경험으로 알았을까
비가 개고 거친 물길이 잡혔다
갈대는 서서히 힘을 줄기에 모은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일어서기 시작하더니
고개를 들고 잎도 펼친다.
비구름이 걷히고 해가 난다
평소처럼 강물도 줄어든다
갈대들은 강우하기 전으로
예전의 자신을 되찾는다
오히려 더욱 강한 줄기가 되었다
잎도 새파랗게 녹색이 더 짙어졌다
이제 자기들 세상이 왔음을 안다
뿌리를 더욱 튼튼하게 땅에 내렸으니
더 세찬 비바람과 물살에도 견디리라
하늘 향해 잎을 활짝 펼치며 크게 웃는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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