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4.16 기억문화제>

그 많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2년이 되었다. 아직 알 수 없다. 그런데 잊으라 한다. 알아도 못 잊을 이별이다. 보내는 이도 가는 이도 꿈꾸지 않은 이별은 이별이 아니다. 합의되지 않은 슬픔은 분노다. 그냥 그렇게 잊을 순 없기에 우리는 분노한다. 더러는 잊지 않는다고 분노한다. 모두가 아는 건 단 하나다. 모국인 국가에서 가장 많은 아이들이 한 순간에 사라진 것. 그리고 잊은 사람들과 잊을 수 없는 사람들......

소설가 박민규는 이렇게 말했다. ---배가 침몰한 것은 사고다, 그러나 승객을 구조하지 않은 건 사건이다!

지금 304명의 절규는 어디까지 갔을까?

9명은 오늘도 깊은 슬픔의 증거인 배를 지키고 있다.

바다는 2년만큼의 소금빛 눈물이 보태어져 한없이 무겁다.

대지의 꽃들이 소금별이 된 하늘도 무겁다.

광년의 시간 어디쯤에서 언젠가 우리가 만날 별들도 갑자기 소란스러웠을 것이다. 아직 덜 자란 꽃들에게 별자리를 물려주느라 부산을 떨었을 것이다. 왜 왔는지 모르는 순진무구한 눈빛에 별들도 울면서 손을 잡았으리라.

부른 적 없는 여린 꽃들이 자꾸자꾸 승천하던 날, 이 땅의 빈자리마다 대답 없는 이름들만 남았다.

 

오늘 경주의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세월호 기억문화제>가 열렸다. 인구 25만 명의 작은 도시 경주에 작지만 옹골 찬 단체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문화제를 개최했다.

경주리코드앙상블의 연주가 조용히 물결처럼 실내를 적셨다. 오즈의 마법사 중 'Over the Rainbow'

세월호경주시민대책위원회, 민주노총 경주지부, 전교조초중등지회, 참교육학부모경주지부, 민주민생경주진보센터, 경주여성노동자회, 경주학부모연대준비위원회, 경주 겨레하나, 경주시민포럼, 협동조합 강물처럼, 아이쿱노동당경주시준비위원회, 공무원노조경주지부, 경주환경운동연합 등이 세월호 사건 이후 꾸준히 각종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내일 아침 8시 경주에서 안산으로 간다. 타인의 슬픔이 고귀한 것임을 알기에 먼 길을 달려가는 것이다.

 

이미진 편집위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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