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세상을 밝히는 꽃 한송이 피우기를~

살다 보면 어느 시절에는 모든 일이 순풍에 돚단배 가듯이 술술 풀리며 잘 될 때가 있다. 하는 일마다 순조롭고 주위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며 마치 내가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시절도 있다. 그런가 하면 어느 시절에는 사면초가에 갇힌 것처럼 그 어디에도 출구가 없고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으며 모든 일이 무너지는 참으로 절박한 시절이 있다.

이때 우리는 험한 세월을 한탄하며 영문을 몰라 몸부림치고 밤잠을 설치며 고민과 번민에 빠진다. 어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이곳저곳을 헤맨다. 점집에 가니 '살이 끼었네' '3 재가 걸렸네' '조상이 노했네' '굿을 해야 하네' 온갖 처방전이 쏟아지고, 절에 가니 '삼천 배를 하라'며 고행을 권하고 교회에 가니 '기도하라'고 속삭인다.

우리는 신발도 바로 놓아보고 가구도 바꿔보고 꽃 그림도 걸어보고 동전도 던져보고 성경책도 머리맡에 놓고 잠을 잔다. 그래도 속 시원히 풀리지 않는 고난은 황야 같은 세상을 방황하다가 드디어는 낙원을 발견하였다고 기쁨에 젖는다. 오랜 세월이 흘러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을 깨닫고 발버둥치지만 그럴수록 더욱 사이비의 수렁에 빠져든다. 심지어는 사이비에 철저하게 순치되어 자기의 인생을 몰각하고 사이비의 좀비로 전락하는 인생이 너무 허다한 세상이다.

​한 인간의 삶도 영광과 고난이 교차하지만, 어떤 사람은 배움도 부족하고 특별나지도 않은데 하는 일마다 잘 풀리고 자녀들도 잘 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공부도 잘하고 많이 배웠는데도 인생이 고단하고 자녀들이 속을 썩히는 박복한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를 보면서 사람들은 '누구는 팔자가 좋다' '부부 궁합이 좋아서 그렇다'라고 하며 '누구는 팔자가 사납다'라고 타고난 운명을 탓하기도 한다.

인생의 모든 것은 '자기 하기 나름' '부지런히 노력하기 나름'이라는 서구적 합리론에 근거하여 판단하면서도 또 전적으로 그렇지만은 않다는 현실도 우리는 실감한다. 팍팍한 세상에 일개 미물의 노력만으로 모든 일이 여의롭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천우신조(天佑神助)의 도움이 보태져야 비로소 세상 일은 완성되는 것 같다.

세상의 진기명기를 보면서 신기(神技)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무당이 작두를 탈 때 솜털이 일어서는 전율을 느낀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일이다. 귀신이 도와 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귀신들이 무당의 발바닥이 작두날에 베지 않토록 무당의 발을 들어주고 받쳐주는 것은 아닐까? 그런 귀신의 조화를 알기에 작두타는 무당은 겸손한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세상 일이 잘 풀리면 모든 것이 자기가 잘 나고 똑똑해서 그런 줄 안다.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실패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작은 성공에 취해 자만에 빠진다. 아무튼 하늘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삶은 얼마나 축복된 일인가. 그렇다고 그런 행운이 날마다 기도의 제단을 쌓는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신의 도움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돕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행, 불행의 삶을 정신없이 전전하다 보면 어느 덧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게 된다. 그때에서야 지난 삶의 궤적을 반추하며 깨달음과 회한과 비움의 인생길을 완성하게 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자기 분수에 넘치는 행복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철이 없고 교만하고 어린아이 같다는 것이다. 반대로 고난에 찬 삶을 건너 온 사람들은 인생의 깊은 맛을 체득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악다구니로 변하여 세상을 저주하는 가련한 영혼도 있기는 하다.

대부분의 우리는 인생의 행복과 정신의 성찰을 함께 다 가질 수 없다. 일개 미물에 불과한 우리 인생은 거대한 우주의 카오스를 범접하거나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행운의 시절이든 불운의 시절이든 어떤 인생이든지 일희일비 하지않고 성심을 다하여 성실히 살아내는 것이 미물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세찬 비바람 골짜기 속에서 의연히 피어나는 야생화가 우리를 보고 손짓한다. 암흑 세상에 함께 꽃 한송이 멋지게 피워 보자고~

필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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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조형식 객원편집위원

조형식 객원편집위원  july2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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