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2023.05.07~05.13), 노동자 21명이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 2021년 7월부터 ‘한겨레:온’에 노동현장에서 목숨 빼앗긴 노동자의 상황을 일주일 단위로 정리해 온 이래 가장 많은 노동자가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대홍수나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도,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그분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를 어찌 애도하고 견뎌내야 하는가? 참담하고 참담하다. .

사고 발생의 하루 중 분포는 오전 11명, 오후 10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일 1명, 월 3명, 화 2명, 수 2명, 목 6명, 금 5명, 토 2명이다.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 6명, 깔림 2명, 물체에 맞음 6명, 끼임 4명, 기타 3명(화상 3명)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시 3명(인천 2명, 대전 1명), 광역도 18명(경기 3명, 강원 2명, 충남 1명, 전북 1명, 전남 2명, 경북 5명, 경남 4명)이다. 나이가 파악된 9명의 분포는 20대 2명, 50대 3명, 60대 3명, 70대 1명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1명이고, 그 국적은 우즈베키스탄이다.

삼가는 마음으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정리해 본다.

5월 7일(일), 15:00경 경북 울진군의 어느 지붕 공사현장에서 와공(瓦工)이 지붕 위에서 기와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다가 휴식을 취하려고 이동하다가 높이 2.8m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이 사고는 발생한 지 12일이 지난 5월 19일 <사망사고 속보>에 올라왔다.

5월 8일(월), 11:00경 경북 예천군의 어느 제조업 사업장에서 노동자 1명이 산업용 로봇(자동적재기)을 정지하고 불량 포대를 제거하던 중, 동료 작업자가 로봇을 작동하는 바람에 로봇(자동적재기)과 쌀포대 운반 컨베이어 사이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14:50경 대전광역시 서구의 두산에너빌리티의 대전 평촌 일반산업단지 조성공사장(㈜시아플랜 공동도급)에서 1958년생 노동자가 이동식 쇄석기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던 중 쇄석기 컨베이어벨트 하부에 끼어 목숨을 빼앗겼다. 쇄석기는 원석이나 바위를 파쇄해 모래나 자갈을 생산하는 기계다. 한편, 사고발생 시간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남 장성의 어느 현장에서 벌목작업을 하던 중 노동자 1명이 쓰러지는 나무에 맞아 목숨을 빼앗겼다(동아일보, 2023.5.15.)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서울역 지하철 12번 출구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중대재해 처벌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렸다. 한 참가자가 중대재해 최고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든 채 눈을 감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2023-01-27.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서울역 지하철 12번 출구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중대재해 처벌 무력화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렸다. 한 참가자가 중대재해 최고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든 채 눈을 감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2023-01-27.

5월 9일(화), 09:30경 사고로 병원에서 약 8일간 화상치료를 받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20대 노동자가 목숨을 빼앗겼다(양산뉴스파크, 중앙일보, 2023.5.10.). 그 노동자는 지난 1일 13:20경 경남 양산시 양산시 유산동의 어느 쇠파이프 제조공장(상시 노동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쇠파이프의 건조에 필요한 작업을 하다 공장에 설치된 열탕의 온도를 조절하려고 이동하던 중 발을 헛디뎌 열탕에 빠져 전신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었다. 노동자는 겨우 15㎝ 너비의 열탕 테두리를 밟고 벽에 거의 맞닿은 수도꼭지(증발한 물을 다시 채우는 용도) 쪽으로 가려다 변을 당했는데, 열탕과 벽 간의 너비는 약 40㎝다(연합뉴스, 2023.5.10.). 당시 열탕(가로 1.5m×세로 7m×깊이 1.5m)의 온도는 약 67°C 정도였다. 일종의 건조기인 열탕은 쇠파이프에 대한 피막 작업을 쉽게 하려고 파이프 표면을 건조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16:00경 경기도 평택시의 어느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3층 단부에서 개인 물품을 챙기던 중 6.9m 아래 1층 바닥으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이 사고는 발생한 지 7일이 지난 5월 16일 <사망사고 속보>에 올라왔다.

5월 10일(수), 08:57경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도의 모히건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공사현장에서 산 중턱에 정자를 설치하려고 카고크레인(cargo crane·크레인을 장착한 트럭)으로 자재(목재 서까래)를 인양하던 중, 25t 카고크레인의 힌지(hinge·경첩)부가 끊어지면서 떨어진 25m 길이의 붐대(쇠로 만든 지지대)에 50대 노동자 1명(목재를 납품하는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이 맞아 목숨을 빼앗겼다. 14:20경 경상국립대병원에서 치료받던 25세 노동자가 목숨을 빼앗겼다(한겨레, 2023.5.11.). 그 노동자는 지난주 5월 6일(토) 17:08경 경남 진주시의 무림페이퍼(지류 제조업 사업장)에서 종이코팅 설비의 오염을 제거하던 중, 코팅설비가 가동되어 코팅헤드암과 캐리어 벨트 프레임 사이에 머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었다. 코팅헤드암은 종이를 약품 처리하려고 장착한 돌출 설비이고, ‘캐리어 벨트’(종이 이송 장치)는 공급한 종이를 연결하는 장치다. 이 사고는 발생한 지 5일이 지난 5월 11일 <사망사고 속보>에 올라왔다.

5월 11일(목), 08:10경 강원도 정선군의 어느 벌목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벌목작업을 하던 중, 넘어지는 벌도목(잣나무)에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08:20경 강원도 강릉시의 어느 골프장에서 71세 노동자 1명이 산불로 불에 탄 나무를 제거하던 중, 인근에서 넘어지는 벌도목(소나무)에 맞아 목숨을 빼앗겼다. 14:00경 전북 완주군 소양면의 어느 사찰 보수 공사현장에서 70대 노동자 1명이 이동식 비계 위에서 천장 속지를 부착하던 중, 1.8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6월 27일 목숨을 빼앗겼다(KBS 뉴스, 2023.07.07.). 이 사고는 발생한 지 59일이 지난 7월 10일 <사망사고 속보>에 올라왔다. 14:10경 경북 포항시의 어느 제조업 사업장에서 노동자 1명이 페이로더(Pay loader)를 이용하여 슬래그(용융 고열물)를 버킷(Bucket·양동이)으로 처리하던 중 냉각수와 접촉하면서 발생한 수증기의 폭발로 인하여 화상을 입고 목숨을 빼앗겼다. 페이로더는 앞에 가동식(可動式)의 대형 블레이드(blade·날) 동력삽(power shovel)을 장착한 굴착기다. 이 사고는 발생한 지 8일이 지난 5월 19일 <사망사고 속보>에 올라왔다. 14:20경 경기도 안산시의 어느 제조업 사업장에서 용접공이 로봇을 이용하여 자동차 부품을 용접하던 중, 로봇과 지그 사이에 흉부가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한편, 특정 시간이 알려지지 않은 오전에 그동안 치료받아 오던 53세 노동자가 목숨을 빼앗겼다(연합뉴스, 2023.5.12.). 그 노동자는 지난 8일 10:45경 경남 양산시 어곡동의 어느 압력 용기 제조 공장(종업원 10인 이하 사업장)에서 천장 크레인을 리모컨으로 조작하던 중 크레인에 매달린 철제 덮개(지름 약 4m, 무게 약 900㎏)가 약 6m 높이에서 떨어지면서 그 덮개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됐었다.

한 작업자가 벌도(서 있는 나무를 베어 넘기는 일) 작업을 하고 있다. 산림청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 2022-05-04.
한 작업자가 벌도(서 있는 나무를 베어 넘기는 일) 작업을 하고 있다. 산림청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 2022-05-04.

5월 12일(금), 11:30경 인천광역시 중구의 어느 공사작업장에서 노동자 1명이 건물 옥탑지붕에 방수 공사 작업을 하려고 지붕 위에서 자재를 올려 받으려던 중 높이 12.5m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0:03경 경남 김해시 생림면의 어느 고무가공 공장(노동자 58명. 자동차용 고무 제품 생산)에서 60대 노동자가 2공장에서 1공장으로 가려고 2.5t 지게차로 내리막길을 후진으로 이동하던 중, 좌측으로 전복되는 지게차에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10:10경 충남 금산군의 어느 서비스업 사업장에서 노동자 3명이 팔레트 적재대의 일부분을 해체하려고 적재대 상부의 샌드위치 판넬 위를 이동하던 중, 판넬이 꺾이면서 노동자 2명이 높이 4.5m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로 한 명은 목숨을 빼앗겼고, 다른 한 명은 부상을 당했다. 14:30경 경기도 시흥시의 어느 외벽 도장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개인 건물 외벽에 도장 작업을 하려고 3층 옥상에서 달비계에 올라타던 중 8m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6:15경 전남 여수시 신월동의 어느 선박 건조업 사업장에서 노동자 3명(65세, 71세, 60세; 남도일보, 2023.05.12.)이 건조 중인 24t급 어선의 선박내부 적층 작업을 하던 중 적층 작업 때 사용한 폴리에스터에서 발생한 유증기(油蒸氣), 정전기 등이 점화원(추정)으로 작용한 화재가 발생하여 화상을 입었다. 1명은 목숨을 빼앗겼고, 다른 2명은 부상을 당했다. 적층작업은 유리 섬유 위에 ‘폴리에스터 수지’((polyester resin)와 경화제를 덧씌우는 작업을 반복하는 작업이다. 즉, 선박 외판을 견고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이 사고는 발생한 지 7일이 지난 5월 19일 <사망사고 속보>에 올라왔다.

5월 13일(토), 10:15경 경북 울진군 울진군 북면 덕구리의 어느 벌목현장에서 벌목된 나무가 다른 나무에 걸쳤다가 약 20분이 지난 후에 넘어가자,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60대 남성 조재(원목 절단) 노동자가 그 나무에 맞아 목숨을 빼앗겼다. 13:45경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동리의 어느 벌목현장에서 남부지방산림청 영주 국유림관리소에서 일하던 신람조합 소속 58세 노동자 1명이 벌목 작업 중 나무에 낀 전기톱을 빼내려다가 튀어나온 전기톱에 다리가 베여 목숨을 빼앗겼다.

장례식장으로 퇴근한 노동자! 목숨 빼앗긴 현장 노동자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5월 18일

*관련 기사: 안전 ‘기본’만 지켰어도 644명 살릴 수 있었다(한겨레, 2023.01.27.)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77152.html?_ga=2.135693809.1784464104.1684378432-1404263838.1647078447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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