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배
제주도에서 온 요배는 보석 같았다. 그때만 해도 제주는 먼 곳. 요배는 산호초처럼 신비스러웠다. 그의 깊고 검은 눈을 우리는 모두 사랑했고 홍명섭 선배는 아주 요배에게 반해 버렸다. 그림도 보석처럼 강하고 아름다웠다. 
학교 뒤편 산비탈에서 나랑 둘이 자취했는데 화투를 쳐서 진 사람이 밥을 했고 건너편 언덕의 배용균이 물김치를 담아서 갖다주곤 했다. 한 번은 요배가 지나가는 말로 제주 사람들이 "낮에는 경찰에게 당하고 밤에는 산에서 온 사람들에게 시달리고"라는 말을 어른들 곁에서 들었다는 얘길 했다. 나는 그 말을 잊을 수 없었고 그것이 4.3인 줄 몰랐다. 당시는 제주도 내부에서조차 금기된 이야기였다. 20년 후 요배는 '동백꽃 지다'란 대형 전시를 해서 4.3을 알렸고 나 역시 여러 작품을 했었고 애니메이션 작업도 포기하지 않고 하고 있다.  (대2 스케치하는 강요배)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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