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과 현상

 

 

어느 날 불시에 혜성처럼

소년 앞에 홀연히 나타난 소녀

소년은 평정을 잃었다.

주체할 수 없는 격정으로

몸이 떨렸고 맘은 풍선이었다.

소녀의 출현의 암시가 무엇인지

향후 어떻게 전개 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극한 감정세계에 빠짐은 분명했다.

소녀의 목소리를 듣고 난 소년은

온통 소녀형상으로 가득 차버렸으니.

 

만물의 소리엔 성정이 있다.

특히 사람의 목소리엔 그의 참 모습이 있다.

소녀의 목소리는 온기와 정감이 있었다.

진정한 미인은 목소리가 곱다 했던가?

소녀의 목소리가 그랬다.

꾀꼬리였고 은방울이었다.

고음부분이 마스킹 되어

부드럽고 감미로웠다.

 

눈을 감고 듣는 소녀의 목소리엔

천상의 울림과 환희가 있었다.

눈을 뜨면 먼 산과 높은 하늘이 보였고

눈을 감으면 사면팔방에 소녀상뿐이었다.

거기에 다감한 소녀목소리까지 겹치니

어찌 잠인들 고이 들 수가 있겠는가?

 

태양이 일순간

우주를 차지해버리듯이

소녀는 일순간

소년의 태양이 되어버렸다.

그 이후로 소녀는

소년의 일상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소년은 전후좌우가 뒤섞였고

상하도 없이

천지만물이 혼연일체가 되어 빙빙 돌았다.

종잡을 수조차 없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미친 것인가?

소녀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었다.

현상과 가상이 오락가락 혼란스러웠다.

 

봄 향기 가득 품고 온 소녀여!

아침이슬처럼 싱그러운 소녀여!

검은 하늘 샛별 같은 소녀여!

향기와 이슬이 되지 말고

주야로 빛나는 샛별이 되소서!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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