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너는 좀 답답하겠다. 어디 가고싶은 데도 다니지 못하잖아?

~ 아니, 전혀 그렇지않아.
나는 네가 알지 못하는 여러 곳 소식을 바람님이 가져다 주니까, 전혀 안 그래.


움직이지도 못하고, 한 군데에서 몇십년을 꼼짝도 못하니 답답하지 않아?

~ 그렇지 않아,
가끔 비와 바람님 덕분에 빗물을 온전히 뒤집어쓰고 팔과 몸통을 흔들며 신나게 춤도 추니까, 스트레쓰 싹 풀려.ㅎㅎ


혹시 너도 가끔 외로움을 느끼니?

~ 그럼, 모든 생명체는 單獨者로서 외로운 존재이니 그럴수밖에 없지.
그래도, 가끔 새들이 날아와 노래도 불러주고 둥지도 틀어 새끼들 보는 재미도 있고, 다람쥐가 재롱도 부리고 해줘서 외로움을 잊을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어제  양재동 '시민의숲'에서 솔솔 풍기는 꽃향기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드디어 쥐똥나무 꽃을 찾아 찍은 사진~ )
(어제  양재동 '시민의숲'에서 솔솔 풍기는 꽃향기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드디어 쥐똥나무 꽃을 찾아 찍은 사진~ )

우리 인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너희 인간들은 어쩌면 그리 오만하고 방자하게 행동하는지 진저리쳐질 때가 많아.
왜 우리 나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보려고도 않는지 모르겠어... 이번 2월에도 우리에게 한마디 예고도 없이, '가지치기' 한답시고 갑자기 전기톱으로 팔다리를 무자비하게 아무렇게나 잘라버려서, 꽃도 이파리도 못피우고 죽어버린 친구들도 많아.


제발 부탁인데... 우리들과 대화 소통이 되는 사람이 와서 꼭 필요한 데만 적절히 '가지치기' 해주기 바래만일, 너희 사람들에게 손발톱 깎아준다고 해놓고, 손-발가락 자른다고 생각해 봐.
머리카락 잘라준다고 면도기로 머리가죽 벗겨 피가 철철 흐르게하는 것과 뭐가 달라?
그동안 동식물 생명들을 마구잡이로 제멋대로 해친 죗값으로너희 인간들에게 이번에 '코로나19'를 통해서 하느님이 저주를 내리신건지도 몰라~
너희 인간들은 진짜 앞으로 잘 생각하면서 살아야 할거야...

 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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