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한겨레에는 러시아 관련 기사 3개가 떴다. 이 기사만으로 러시아의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러시아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다는 건 알아차릴 수 있다. 좀더 꼬집어 말한다면 앞날이 위태롭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 일본의 운명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행보 하나하나를 주시하고 또 주시해야 한다. 전체적인 흐름도 살펴봐야 하고, 디테일한 흐름도 놓쳐서는 안된다.  이들 세 나라의 상호 관계도 주시해야 한다. 

러시아 용병집단 와그너그룹의 창설자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 지배계층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안일하게 대응하면 내부 분열로 혁명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칫 잘못하면 1917년처럼 결국 혁명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전쟁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지금 러시아 지배층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서양이 전쟁에 피로감을 느끼고 중국이 평화협상을 중재할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걸까. 프리고진은 그런 낙관적인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관련기사 : 프리고진 “우크라전, 일반인 자녀만 전사”…러시아 혁명 발생 경고 : 국제일반 : 국제 : 뉴스 : 한겨레 (hani.co.kr)

러시아 용병집단 와그너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일(현지시각) 러시아 국기를 들고 우크라이나 동부 전략 요충지 바흐무트 완전 점령을 선언하고 있다. 바흐무트/AFP 연합뉴스 / 출처 : 한겨레 2023-05-25
러시아 용병집단 와그너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일(현지시각) 러시아 국기를 들고 우크라이나 동부 전략 요충지 바흐무트 완전 점령을 선언하고 있다. 바흐무트/AFP 연합뉴스 / 출처 : 한겨레 2023-05-25

한편 22일에는 러시아 총리를 비롯한 경제 각료들과  대기업 관계자 1200명의 대규모 방중단이 중국을 방문했다. 양국 간의 교역 확대를 추동하고 있는 것은 에너지다. 올해 러시아의 대중국 에너지 공급량이 지난 해보다 4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러시아의 에너지를 수입해주는 대신 러시아는 중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했다.  러시아는  중국이 극동의 관문인 블라디보스톡 항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이로 인해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고립된 러시아가 중국에 종속되고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크렘린 대변인이 즉각 반발하긴 했지만 러시아의 처지가 곤궁해지고 있다는 건 분명해보인다.

관련기사 : 러 총리 등 무려 1200명 방중…중·러 한발 더 밀착 : 국제일반 : 국제 : 뉴스 : 한겨레 (hani.co.kr)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왼쪽)와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오른쪽)가 24일 중국 베이징 인민의사당 앞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 출처 : 한겨레 2023-05-26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왼쪽)와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오른쪽)가 24일 중국 베이징 인민의사당 앞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 출처 : 한겨레 2023-05-26

러시아의 곤궁한 처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게 있다.  유럽연합은 유럽 내에 있는 러시아 자산 1966억 유로(약  281조원)의 자산을 동결한 상태이다.   유럽 연합은 역내에 묶어두고 있는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우크라이나에 넘겨주는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자국의 상당한 자산이 동결당한 러시아의 금고가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다. 에너지 수출로 겨우 연명하겠다는 발상이 한심하기만 하다. 

관련기사 : 유럽연합, ‘동결 러 자산’ 이자 1조원으로 우크라 지원 논의 : 국제일반 : 국제 : 뉴스 : 한겨레 (hani.co.kr)

유럽연합(EU)가 동결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걸 논의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건물 위에 러시아 국기가 걸려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 출처 : 한겨레 2023-05-25
유럽연합(EU)가 동결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걸 논의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건물 위에 러시아 국기가 걸려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 출처 : 한겨레 2023-05-25

푸틴의 지배욕과 오만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 전쟁의 끝은 독재자의 비참한 말로일 경우가 많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일으킨 잔혹한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시키거나  가릴 수 없다.  푸틴은 오판했다. 크림 반도를 삼킬 때처럼 초기에 우크라이나를 쉽게 항복시킬 줄 알았다. 하지만 젤린스키를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은 상상 이상으로 거칠고 드셌다. 사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전사의 후예들이다.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했을 때 앞장서서 러시아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이었다. 히틀러가 침공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크라이나의 전투력과 전쟁 의지가 강력한 이유이다. 푸틴은 바로 이 사실을 간과했다. 푸틴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1년만 더 전쟁이 지속된다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구 사회도 피로가 극심해지겠지만 러시아의 내부 반발과 혁명이 더 빠른 대안이 될 것이다. 러시아와 푸틴의 운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러시아의 위태로운 운명이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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