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한겨레 2022-06-02 /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사진 :  한겨레 2022-06-02 /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3~4월 지나 모내기철이 다가오면 무논의 개구리 알에서 깬 올챙이들이 까맣게 떼 져 헤엄친다. 이 올챙이 앞다리가 쑥 뒷다리가 쑥 나오고 꼬리가 없어지면서 개구리가 되어 팔딱팔딱 뛰어서 물 밖으로도 나온다.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하는 과정이다. 올챙이가 자라 개구리로 변했지만, 올챙이와 개구리는 엄연히 다르다. 올챙이를 개구리라 할 수 없듯 개구리를 올챙이라 부를 수 없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어릴 때 부르던 아주 많이 부르던 동요다. 지금은 이 동요도 사라져 가는지 어린이들도 거의 부르지 않는다.

송아지 노래는 사라져가지만, 이 노래를 모르는 어린이라도 소와 송아지는 구별한다. 닭을 병아리라 하거나 말을 망아지라 하는 어린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이 개를 강아지라 잘못 부른다. 반려견이라 해야지 애완견이라 하면 싫어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개를 강아지라 한다.

개도 강아지, 강아지도 강아지라 한다. 개의 나이나 크기에 구별 없이 강아지라 한다. 심지어 유명한 개통령이라는 개 전문 훈련사도 개를 강아지라 한다. 개는 성견이고 강아지는 성견인 개의 새끼다. 대통령 선거 때 개에게 사과를 주는 개 사과에서 아홉 살 강아지라 하던데 아홉 살이면 사람으로 치면 60살이 넘는 할아버지 개다.

강아지, 송아지, 망아지 등 새끼에게는 아지를 붙인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강아지라 귀여워하지만 어릴 때이다. 손자 손녀가 귀여워도 일단 성인이 되면 강아지라 부르기 닭살 돋고 손자 본인도 싫어한다. 강아지는 새끼 개이니 개라 할 수는 있지만 개를 강아지라 하면 엄마 아빠를 애기라 하는 꼴이다. 통념상 새끼가 자라 1년 전후 발정기가 지나면 성견인 개라 한다.

사람은 아기에서 어린이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어른으로 대접해 준다. 성인이 되면 어린이라 하지 않는다. 아기라고는 더군다나 하지 않는다. 성인에게 어린애라 하거나 노인에게 아기라 했다가는 따귀 맞을 일이다. 아기, 어린이와 어른, 노인을 달리 부른다고 차별이라 하지 않는다. 강아지와 개를 달리 부른다고 차별이라 하지 않는다. 개와 강아지는 구별해야 한다. 송아지 노래가 사라져가듯, 올챙이가 개구리로 변하는 모습을 구경하기 점차 어려워지듯 어린이들이 자라면 개를 강아지라 잘못 부르거나 개라는 언어가 잊힐 수도 있겠다.

어린이들도 소와 송아지, 말과 망아지, 닭과 병아리, 개구리와 올챙이 등 어미와 새끼를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서와 가까운 호랑이의 새끼는 개호주라 부르지만 자주 쓸 기회가 없어 어른들도 거의 잊고 있다. 아마 개호주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이가 대부분이겠다.

잉어와 그의 새끼인 발갱이를 구별하는 낚시꾼도 줄어들지만, 붕어를 부를 때 월척이나 새끼 붕어의 크기에 따라 깻잎, 고춧잎 호박씨 등을 구별하는 낚시꾼도 사라져간다. 물고기잡이에서 월척이란 말을 흔히 쓴다. 좀 큰 물고기를 잡으면 대부분 월척이라 하지만 월척이란 낚시에서 잡은 물고기가 한자(30cm)를 넘는 붕어를 가리키는 말이다. 붕어는 한 자 이상 크기가 드물어 월척이라 하지만 한 자 넘는 게 대부분인 잉어는 60cm 넘어야 잉어라 부른다. 그보다 작은 것은 30cm가 넘더라도 월척이라 하지 않고 새끼 잉어인 발갱이라 부른다는 것은 낚시꾼들 사이에서도 거의 잊혀간다.

바다의 물고기는 대부분 한자 크기가 넘어 월척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곰(능소니). 꿩(꺼벙이 또는 꺼병이), 명태(노가리), 갈치(풀치), 숭어(모쟁이) 등 대부분의 동물이 어미와 새끼 이름이 다르지만 쓰지 않아 사라진 이름이 대부분이다. 어미와 새끼 구별은 물론 남자와 여자처럼 황소와 암소(소), 장닭과 암탉(닭), 장끼와 까투리(꿩) 등 동물들도 암수를 구별한다.

염소를 양이라 하고 노루와 사슴을 구별 못 하는 것은 애교일 수 있지만 까치와 까마귀를 구별하지 못하는 세대는 황소, 장닭, 장끼, 까투리 등을 쓰기는커녕 그러한 말조차 모를 것이다. 장닭은 자주 쓰는 말인데도 한컴 맞춤법에서조차 장닭이라 치면 수탉이라 교정된다.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인 발갱이는 빨갱이, 꺼벙이는 꺼병이라 엉뚱하게 잘못 교정이 된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이나 다양함은 우리가 제대로 쓰고 지켜야 한다. 말은 쓰지 않으면 잊히고 사라진다.

자꾸 잊히고 사라지는 아쉬움이 크지만, 우리 주변에서 많이 쓰는 말이나마 제대로 썼으면 한다. 애완동물이라 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구별하듯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개와 강아지는 구별하여 썼으면 한다. 너도나도 강아지라 부르면 개와 강아지도 구별 못 할 수도 있겠다.

언어의 오남용이 사회적 현상이라 포기하고 아무 거리낌이 없이 잘못 쓸 수는 없지 않은가.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윤여신 주주  yyys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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