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세상을 쳐다보며 늘 세상일에 묻혀 살면서도, 세상일이 꼬이거나 안 풀리는 일이 있을 때만 하늘을 쳐다보며 하늘을 원망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도 땅의 일을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요 한계이기도 하다. 반면에 하늘은 땅을 내려다보면서도 늘 인간을 염려한다. 하늘의 섭리를 어찌 인간이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이번 4.13총선이 야당의 승리로 끝났으나 그 승리와는 별개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한민국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새누리당에 투표한 사람들까지도 여소야대 결과에 만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 한국일보 자료사진(유권자도 몰랐던 ‘여소야대’… 69%가 “결과 만족” http://www.hankookilbo.com/v/8104fb8dd24c472b93eb48944fa0631c)

사실 4.13총선은 4.16 세월호 2주기를 불과 사흘 앞두고 치러졌다. 결과는 여당의 참패요, 야당의 압승이지만 그것이 결코 야당이 잘해서가 아님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는 집권여당과 정부의 오만과 독선이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세월호 사건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2년의 시차를 두고 총선투표로 나타난 결과이며, 이에는 세월호로 인한 국민의 아픔을 위로하는 의미도 적지 않게 들어있다.

4.19를 하루 앞둔 어제 저녁 날씨는 또 왜 그렇게 초겨울의 날씨처럼 그렇게도 을씨년스러웠는지 모른다. 세월호 2주기가 이틀 지나고 4.19 혁명 기념일을 하루 앞둔 상태에서 하늘이 이 같은 날씨를 인간들에게 선보이는 것은 왜일까? 묘하게도 4.13 총선과 4.16 세월호 2주기, 그리고 4.19 혁명 56주년 기념일이 사흘간격으로 순차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기실 4.13 총선을 앞두고는 전국이 벚꽃으로 물들어 사람들은 벚꽃의 정취에 흠뻑 취해있는 터였다. 4.16 세월호 2주기와 4.19는 총선이 없었다면 자칫 벚꽃에 묻혀 잊힐 지경이었다.

인간은 눈앞에 닥친 어려움과 곤경만 지나가면 곧바로 자신의 욕망과 편의주의적인 삶에 안주하여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의 명제를 자칫 잊고 살기 쉽다. 그러나 인간은 그를 잊을지라도 하늘은 잊지 않고 있다. 총선을 통해 사람들을 들뜨게 하더니 4.16을 지나 4.19를 앞두고는 마치 4.16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말라는 듯이, 4.19 혼령들의 넋을 하늘에서 하루 먼저 기리고 애도라도 하는 듯이, 하늘에서는 계절에 걸맞지 않는 찬바람과 가랑비를 뿌려대고 있었다. 혹시나 야당의 승리에 취하여 지난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라고 훈계라도 하는 듯이. 하늘의 섭리는 늘 이렇게 인간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인간이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우리를 일깨워 주고 있다.

▲ 9명을 기다리며 팽목항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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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미경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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