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제목은 이래야 한다. - 박근혜, 자폐적 대통령인가? 패륜적 대통령인가? -

그래야 맞다. 아무리 대통령이 못나고 부족해도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박근혜라는 이름 석 자 뒤에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쓰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어떤 칭호도 아깝다. 박근혜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대통령도 아니고 지도자도 아니다.

촛불광장은 국회에서 박근혜를 압도적인 표차로 탄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국회가 탄핵결의를 하기 전에 국민들은 마음속에서 이미 탄핵을 마쳤고,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지만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고 심판하기 전에 국민들은 심중으로 탄핵 심판을 벌써 끝마쳤으며, 박근혜를 하야시키고 구속시킨지 오래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럴려고 대통령이 된 것도 아닐 텐데 박근혜는 왜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망가지게 된 것일까? 그러라고 대통령으로 뽑아준 것도 아닐 텐데 왜 박근혜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을까?

이쯤 되면 회개하고 참회하는 것이 정상인의 사고와 정서일 텐데 박근혜는 아직도 자신이 저지른 죄를 숨기고 변명과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궤변을 일삼고 있다. 그것이 멍에인 줄 모르고 있는 것일까? 박근혜는 그 멍에를 언제까지 짊어지려고 하는 걸까? 여기서 박근혜가 자폐아인가 패륜아인가를 분별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첫째, 박근혜는 자폐아인가?

자폐(自閉)란 심리적으로 자기 세계 고립되어 외부와의 관계 단절하는 정신 현상을 말한다. 박근혜에게 자폐적 증상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박근혜가 소통을 잘 못하고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어린 시절과 청소년시절에 청와대에 갇혀 고립되어 지내다보니 친구들과 어울려 지낼 시기를 놓쳤고, 대학시절에는 모친이 괴한의 총에 목숨을 잃었으며, 몇 년 뒤에는 독재자인 부친마저 부하의 총에 비명횡사했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그런 시기에 오로지 최태민과의 교류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가치와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다. 

당대표와 대통령이 된 뒤에는 자폐적 증상이 신비주의로 둔갑되기도 했다. 정식 라인을 통해 올려진 보고가 엉뚱한 지시로 내려오는 것을 두고 주위 사람들이 오인한 것이다. 심지어 박정희시대의 충신들로 이루어진 극우 보수 자문그룹이 있어 박근혜를 보좌하고 있다는 풍문이 나돌 정도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고작 '최순실'이었다. 박근혜의 유일한 출구치고는 너무도 초라하고 비천했다. 게다가 비열하고 사악하기까지 했으니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한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자폐아란 자폐적 증상이 있는 사람을 말할 뿐 비판의 대상은 아니다. 더구나 박근혜는 엄밀히 말해 자폐아는 아니다. 다만 박근혜가 자라고 성장한 환경이 청와대라는 폐쇄적 공간이었으며 박정희 사후의 상황이 박근혜를 더욱 자아은폐적인 환경으로 몰아넣은 것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박근혜가 자폐적 증상을 지니게 되었다고 보는 게 더 맞는 분석인지 모른다. 최태민은 그 자폐적 상황에 놓인 박근혜를 대중의 환호를 받는 자리로 끌어내어 박근혜의 잠재적 권력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으며 그 대가로 정경유착형 자금을 긁어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는 속으로는 자폐적 증상을 즐기면서 겉으로는 대중의 환호와 찬사를 즐기기도 하는 공주병 증세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공주병의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에 충실하지 않고 자폐적인 세계에 갇혀 공적인 업무를 등한시하고 사적인 개인사에 몰두했다면, 그것은 심각한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의전행위를 제외하고는 사생활에 파묻혀 공주놀이를 즐기는 것이 박근혜의 본 모습임이 밝혀진 것이다.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는 이미 2014년에 박근혜의 이미지를 '꼭두각시'와 '혼군(우매한 왕)'으로 정의내린 바 있으며, 2013년 11월 <한겨레> 토요판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

"우리는 여왕을 뽑았다. 그가 여왕이 될지 바리공주(무당을 모시는 여신)가 될지는 그분의 운명이고 이 나라의 운명이다." 실로 소름 돋는 예측이 아닐 수 없다.

* 관련기사 : "왜? - 유체이탈 언어 속에 꼭두각시 박근혜가 숨어있다" (2016.11.12일자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69937.html)

박근혜의 유체이탈 화법은, 최순실이 박근혜의 자폐적 성향을 이용하여 꼭두각시로 만든 것에 기인한 것이며, 자기 잘못을 남의 일인 냥 시치미 떼는 후안무치함도 그 자폐적 성향으로 인해 나몰라라하는 전형적 사례로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궤변 같은 답변서는 박근혜가 보여준 후안무치함의 절정이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자, 대통령의 권한은 무제한으로 남용하되 의무는 지지 않으며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 그 자 - 그녀가 아니라 그 자이다 - 가 바로 박근혜이다. 중세 시대의 왕들도 그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더구나 글로벌 시대인 21세기에 어림도 없는 일이다.

▲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그림 <세월오월>(그림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70171.html)

둘째, 박근혜는 패륜아인가?

패륜(悖倫)이란 윤리를 어지럽힌 것을 말하며, 사람으로서 지켜야 도리에서 벗어난 것을 말하고, 패륜아란 그런 패륜을 저지른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박근혜가 인륜을 어지럽히며 부모에게 패륜을 저지르기라도 했는가? 그렇지 않다. 그러나 박근혜는 부모에게 패륜을 저지른 것보다 훨씬 심한 패륜을 저질렀다. 바로 국가와 국민 앞에 패륜을 저지른 것이다. 부모에게 저지른 패륜도 못 봐줄 행위이고 교도소에 수감될만한 범죄인데, 국가와 국민 앞에 저지른 패륜은 어찌해야 징계할 수 있을까?

박근혜와 최순실이 저지른 범죄와 국정 농단은 단순히 그들 개인들의 범죄에 머무르지 않는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하는 동안 김기춘을 비롯한 부역자들은 대한민국의 정치적 발전을 40년 전으로 퇴보시켰고, 그동안 이룬 민주적 성과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박근혜는 그런 점에서 역사적 패륜아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참회하기는 커녕 패당을 긁어모아 자신의 죄를 덮으려는 시도는 묵과할 수 없는 패륜의 극치이다.

결국 박근혜는 자폐적 패륜아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세월호 7시간동안 밀회도 없었고 굿도 안했다고 부인하더니 고작 주사 맞고 머리 올리는데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패륜치고는 어처구니없는 패륜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세월호에 대해 책임질 일을 하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후안무치함으로 세월호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모친의 죽음과 관련하여 패륜군주로 전락한 군주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바로 연산군이다. 연산군이 모친의 원한을 갚는 사화를 일으키면서 권력을 남용하고 국정을 어지럽히며 주색에 빠져 나라를 망쳤다면, 박근혜는 모친의 사망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최태민의 사이비 주술에 미혹되어 권력을 악용하고 최순실과 공모하여 국정을 농단하였으며 미용 시술과 주사제에 빠져 나라를 혼란에 빠트렸으니 이는 실로 패륜군주 연산군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박근혜는 조선시대로 치면 패륜군주에 다름 아니다. 

솔로몬은 그의 지혜서로 알려진 잠언에서 이렇게 충고한다. "자기의 죄를 숨기는 자는 형통치 못하나 죄를 자복하고 버리는 자는 불쌍히 여김을 받으리라"

박근혜가 할 일은, 이제라도 자기 죄를 자복하고 하늘과 국민 앞에 참회하는 일 밖에 없다. 그것이 국민에게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는 길이며, 대한민국 역사에 더 이상 오점을 남기지 않는 유일한 출구이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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