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평 발왕산 삼나무(저자촬영)
    용평 발왕산 삼나무(저자촬영)


틈새가 보입니다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둥그런 동전처럼
굴려 가 마냥 주저앉고 싶을 때
구석지고 모서리진 틈새를 찾아갑니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감추고 싶어 할 때
어둡고 후미진 골목길이 제격입니다

 

브랜드와
재래시장 사이
가게를 기웃거리는 손님처럼
방황하는 상품들이 진열대를 서성입니다

 

오래된 엄나무는
가시가 돋지 않습니다
세월 속 엄나무는 분노의 틈바구니
질투의 틈 사이가 무디어진 이유입니다

 

굴러가는 돌에는
이끼 낄 틈 허락하지 않는다고
보는 이마다 피해 가는 *크레바스는
생명을 보존할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거대한 댐도
옹벽이 무너지는 이유는
미세한 틈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오늘도
금 간 세상은 *하여가(何如歌)를 노래합니다.

 

* 크레바스 :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
* 하여가(何如歌) : 조선이 개국하기 전 이방원(太宗)이 지은 시조 한 수
                     고려 충신 정몽주의 진심을 떠보고 회유하기 위해 읊은 시조

  용평 발왕산 이끼군락(저자촬영)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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