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엔 걸친 술 몇 잔으로 인해

몸은 흔들흔들 정신은 오락가락 기분이 좋다.

세상살이 가벼워지고 주변도 모두 아름답다.

이러하니 술 한 잔을 어찌 마다하겠는가?

 

입에서 나오는 익숙한 노래를

낮은 목소리로 흥얼대며

강가 밤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대부분 둘 셋 가족연인친구들이지만

나처럼 혼자 걷는 이들도 있다.

 

상가와 아파트의 전등 불빛들이

강물에 반사되어 눈을 현란케 한다.

우리들 삶도 저 불빛에 비치는 모습과 같지 않을까?

분홍, 빨강, 파랑, 노랑 등 풀칼라에 휩싸여

술 한 잔에 뿅~ 가는 지금 나처럼 말이다.

자신까지 잊고 흐리멍덩하니 얼마나 좋은가?

 

멀리 보니 산자락엔 흰 구름 걸쳐 있고

검은 하늘엔 몇 개의 별들이 빛나고 있다.

어릴 때 보던 은하수 그 많은 별들은 어디로 갔을까?

별빛보다 더 밝은 지상의 전등불들이 가려버렸는가?

현실속의 많은 것들도 저 별빛들처럼 숨겨졌을까?

 

갑자기 세계정세와 나라꼴이 머리를 스친다.

에이~ 머리를 흔들어 쫓아내려하지만 떠나지 않는다.

이 지경이 되도록 난 무얼 하고 있었는가 묻고 자조한다.

남을 비난하고 비판하면서 그들만을 탓하지 않았는가?

힘들고 곤란한 행동은 피하고 도망하지 않았는가?

쉽고 편한 조동아리만 조잘조잘 나불대지 않았는가?

참으로 딱하고 부끄러운 한심한 자가 아닌가?

 

그래도 술 한 잔과 밤 산책이 나를 위로한다.

반성하고 실질행동참여를 다짐하나 될지 의문이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흔적 없이 저물어 가는구나.

어둠마저 온전히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어찌 살겠는가?

동천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천지는 고요하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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