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선전 14
결국 우리 집은 만화방에다 풀빵, 팥빙수, 어묵을 파는 복합문화공간이 되었다. 당연히 나에게는 군것질을 실컷하고 만화를 마음껏 볼 수 있는 행운의 환경이었다. 어머니는 막내 명이를 업고 아버지 약 달이고 팥 삶고 밀가루 반죽하고 밥하고 빨래하고 빵 굽고 빙수를 갈았다. 아버지는 만화방을 보셨다. 
아침이면 깡통 든 거지 소년이 문 앞에 딱 붙어 있고 북한에서 단신으로 내려 온 청년은 석유통을 지게에 지고 다니며 "석유요 석유"를 외치며 팔다가 십 원 하던 풀빵 네 개로 점심을 때웠다. 넝마주이도 많았는데 한 넝마주이 부부가 다 떨어져 펄렁이는 옷을 입고도 도란도란 웃고 얘기하며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아프지 않음에 몹시 부러웠다고 한다. 하루 세 시간밖에 못 주무셨지만 늘 다정한 얼굴이셨다. (2000년경 내 그림)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재동 주주  tangripark@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키워드

#박재동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