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선전 15
아버지는 주로 만홧가게를 보시고 어머니는 떡볶이, 어묵, 팥빙수, 도넛 등을 파시고 복합문화공간의 황태자인 나도 조금씩 도우면서 그런대로 장사를 잘 해왔다. 교사 출신 아버지는 만화방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고 등교 시간이 되면 아이들을 학교로 보냈다. 그러나 학교는 물론 텔레비전에서도 '사회악 근절'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학부모들이 만화책 태우는 장면을 보여 주었다. 어떤 학부모는 아이가 빌려온 만화책을 우리 어머니 아버지 앞에서 찢었다. 그러나 "만화가 왜 나쁩니까? 나쁜 짓 하라고 가르치는 만화는 하나도 없습니다. 다 좋은 일 하라고 가르치는 게 만화라 우리 얘들에게는 많이 읽게 합니다. 공부도 잘 합니다" 하면서 만화를 빌려가는 분도 있었다. 만화방 설움을 이야기할 때 어머니는 늘 찢는 사람과 빌려가는 분 얘기를 하신다.  (2000년경 삽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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