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선전 20
내가 휘문고교와 중경고교에서 미술 교사를 하는 동안 어머니와 아버지는 초갑질 출판사와 싸웠다. 아버지는 버릴려던 책과 팔지 않고 모아둔 만화책들을 다시 꺼내(새로 자라난 아이들에겐 새 책이다) 다른 만화방에 싸게 풀었다. 어머니는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열심히 어묵, 라면, 김밥, 팥빙수를  팔았다. 장사가 잘 되었다. 결국 출판사 쪽에서 사과하고 다시 책을 골라 살 수 있었다. 2년이 걸렸다. 그 싸움의 후유증이었을까. 어머니는 하루 3시간밖에 주무시지 못하는 과로에다 연탄불로부터 올라오는 연탄가스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셨다. 두 분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고향 울산으로 돌아가시기로 했다. 그동안 정들고 도와주었던 이웃들, 또한 자식 같았던 만화책들과 눈물로 이별하였다.  (2000년경 삽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재동 주주  tangripark@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키워드

#박재동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