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여, 분노하시라

            권말선
 

풀과 꽃이 만발한 들판
위를 달리는 사슴
곁을 흐르는 강
그림자 드리우며 나는 기러기
날갯짓 받쳐주는 하늘
기운차게 솟은 산
비우고도 채운 사막
감싸 안은 채 넘실대는 둥근 바다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온갖 생명, 수십 억 인류

그 모두를 위해
어머니여, 지구여
이제 분노하시라
다함없는 갸륵함으로 
넘쳐흐르는 사랑으로
부디 분노하시라

인내하고 극복해야 할 불행이건만
오히려 무기 삼아
어머니지구의 목숨 통째로 위협하는
일본 원전마피아들의 야만 앞에 
안전한 생명은 아무도 없나니
떨쳐 일어나시라
분노의 회초리
단단히 드시라
어머니지구의 배꼽 속으로
핵 오염수, 방사능 독극물
쏟아붓겠다는 저 패륜에
크게 분노하시라, 벌하시라
매달리며 통곡하노니
어머니지구에 깃든 
생명의 불꽃들이 
뒤틀리고 사그라지는 일
감히 허락치마시라

이미 바다가 아가미를 닫기 시작했고
이미 산이 호흡하기를 주저하고
이미 사람들이 짠물을 두려워하니
어머니를 향한 
지구를 향한
저 사무라이 할복극
더는 미쳐 날뛰지 못하게 하시라

선하디 선한 사람들이여, 산이여, 바다여, 하늘이여, 어머니지구여
탐욕에 사로잡혀 몰살의 길 내달리는 무도한 저들을
기필코 막아내시라
묶으시라 그리고 벌하시라
다시는 끔찍한 패륜
꿈꾸지 못하도록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장영식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장영식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권말선 주주  kwonbluesun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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