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장을 향해 가고 있을 때 시장 모퉁이를 꺾어져 골목으로 들어서는 아이가 있었다. 나와 가까워지자 "안녕하세요" 얌전하게 인사를 한다. 갑작스런 인사에 잠시 멍하다 예절바른 아이의 행동에 기분이 좋아진다.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다니 기특하다. 아주 가끔 이렇듯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오는 아이들이 예전에도 몇 있긴 했었다. 그때마다 밝은 인사성에 은근 감동하며 전혀 안면이 없는 사람에까지 인사하는 예절은 어떻게 습득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초등학교 1-2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의 뜻밖의 인사에 자연스럽게 "응 그래  안녕, 고마워" 라고 응하고 가려는데 아이의 손이 불쑥 내게로 향한다. 손 안에는 빨간 자두가 있었다. 자그마한 자두를 내밀며 "이거 드실래요" 한다. 예쁜 인사에 자두까지 내놓는 아이가 무척 사랑스럽다. 조금 머뭇거리다 건네는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 "받아도 돼"라고 말하는데 얼른 다른 왼 손에 쥐고 있는 자두를 내보이며 "여기 저도 하나 있거든요"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간다.

자두를 일단 가방 안에 넣었다. 다른 물건들 사이에서 터지지 않게 안전한 곳에. 아이의 모습과 가방 속 자두가 이미지로 떠올라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한참을 다니다 가방을 살폈다. 자두가 안 보였다. 가방을 연 일이 없으니 없어졌을 리는 없는데... 구석구석 뒤지니 자두는 맨 아래 쪽으로 내려가 있었다. 어두운 곳에서 반짝 빛을 내며...

아이가 준 자두. 저녁무렵 집에 돌아와 사진 찍고 글 쓰기로 마음 먹고 자두는 냠냠.
아이가 준 자두. 저녁무렵 집에 돌아와 사진 찍고 글 쓰기로 마음 먹고 자두는 냠냠.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ssooky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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