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1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1983년부터 직업 생애를 시작한 이후 1997년 1월부터는 계속 여러 사업장에서 제관과 CO₂용접 작업자로 근무하다가 2020년 10월 5일에 파킨슨병(G20)을 진단받았다. 노동자는 투병 중 2022년 2월에 목숨을 빼앗겼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신경계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1961년생인 노동자는 1983년부터 근무한 것으로 확인되며, 1997년 1월부터 2003년 8월까지 △사업장에서 제관과 CO₂용접 작업자로 근무하였다. 이후 사업장은 계속 바뀌었으나, 제관과 CO₂용접을 수행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주로 근무한 사업장은 □사업장이나, 소사장제로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근무한 기간(5년 7개월)과 노동자가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아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여 근무한 기간(3년 3개월)에 대한 노동자 인정 여부 논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이다.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상, 2017년 9월부터 약 3년 2개월 동안 □사업장에서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다.

018년 5월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 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삼성반도체 희생자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겨레, 2023,07.11.
018년 5월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 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삼성반도체 희생자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겨레, 2023,07.11.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의학적으로 피로는 일상생활을 계속해나가기가 힘들 정도로 근육의 힘이 약화되거나 지구력이 없어지거나 정신적으로 평소에 하던 일을 지속해나가기 힘든 상태다. 노동자는 2020년 4월부터 견디기 힘든 피로와 무기력증이 발생하였으며, 점점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는 증상이 악화하여 대학병원에 내원하였고, 2020년 10월 5일에 파킨슨병(G20)을 진단받았다. 다만, 2020년 12월 22일 로컬의원 수진자료상, 상병코드는 ‘상세불명의 이차성 파킨슨증’에 해당하는 G219였다. 또한, 대학병원에서 작성한 소견서상, 상병코드는 ‘특발성 파킨슨병’에 해당하는 G20이나 병명은 파킨슨증후군이었다.

노동자는 작업환경에 대한 노출평가 상 망간 노출력이 확인되었고, 의무기록상, 2020년 10월 6일에 촬영한 뇌 자기공명영상(brain MRI)에서 이상소견 없음이 확인되었다. 2020년 10월 6일에 촬영한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검사에서 양측 조가비핵 뒤쪽의 FP-CIT 결합이 감소한 결과가 확인되었다. SPECT(뇌 단일광자단층촬영) 검사 유무는 노동자가 제출한 의무기록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의무 기록상, 노동자는 양 하지에 힘이 없고, 양쪽 발 전체가 쓰린 것 같다는 증상을 호소하였고, 2020년 4월부터 피곤함과 무기력함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하였다. 노동자의 L-dopa 반응 여부는 의무기록에서 확인할 수 없었고, 2020년 11월 9일의 진료기록에서 레보도파를 증량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노동자는 진술하길, 약물치료를 받는데도 2021년 3월부터 몸에 힘이 급격하게 없어지고 대화와 거동이 점점 불편해졌다. 노동자는 안정떨림(resting tremor·사지나 몸의 일부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떨리는 상태)이 없다는 의무기록만 확인할 수 있었고, 운동떨림 유무에 대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그 외 증상 중 경직 유무에 대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으나, 운동 완만과 자세 불안정, 걸음걸이가 이상한 점, 근 긴장에 대한 증상 등은 의무기록에서 확인되었다. 결론적으로 ‘특발성 파킨슨병’보다는 망간중독으로 인한 ‘이차성 파킨슨증’에 해당하는 증상이 더 많이 관찰되었다.

노동자는 중공업 업체 내에서 제관과 용접 업무를 수행하면서 용접 흄에 장기간 노출되어 발병하였다고 생각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의 결정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2021년 9월 1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뢰하였다.

2022년 12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심의·2022.12.22.~12.26.)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1961년생인 노동자는 만 59세가 되던 2020년 10월 5일에 파킨슨증을 진단받았다. 의무 기록상, 망간중독으로 인한 이차성 파킨슨증을 시사하는 임상증상이 관찰되었다. 둘째, 노동자는 1997년부터 여러 업체에서 약 22년 4개월간 제관과 CO₂용접 작업을 수행하였고, 현장과 공정 관리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셋째, 노동자의 질병인 파킨슨증과 관련된 직업적 위험요인으로 보고된 요인은 망간, 일산화탄소, 유기용제 등이다. 노동자가 사망하여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동료 노동자 진술에서 CO₂용접 수행이 확인되었고, 문헌에서 CO₂용접의 경우 망간 0.1161mg/m3 ~ 0.4705mg/m3 정도로 노출된다는 점, 용접과 제관 공정의 작업환경측정결과표에서 망간에 대한 노출이 확인된 점,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점, 업무 중 환기상태가 매우 나빴던 점, 망간이 함유된 용접봉을 사용한 점, 과거 용접공정 작업환경측정결과표에서 망간 무기화합물에 대한 측정값이 1.0329mg/m3로 노출기준(1mg/m3)을 초과한 점을 고려하면 노동자는 약 22년 4개월간 망간에 대한 노출이 지속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자는 2020년 10월 5일 파킨슨병(G20)을 진단받은 이후 약 2년 2개월이, 2021년 9월 1일 역학 조사를 의뢰한 지 약 1년 3개월이, 투병 중 2022년 2월 목숨을 빼앗긴 지 약 10개월이 각각 떠나간 2022년 12월 26일에서야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7월 14일

*관련 기사: [하종강 칼럼] 건강진단, 환경측정과 ‘후쿠시마 괴담’(한겨레, 2023.07.11.)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99682.html?_ga=2.225133658.1365855221.1689324132-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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