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골수종(Multiple myeloma)은 골수에서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Plasma Cell)가 비정상적으로 분화, 증식하여 발생하는 혈액암이다(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46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1972년(26세)부터 1995년(49세)까지 약 23년간 □사업장의 설비 수리 작업을 담당하였다. 2013년 2월 22일 다발성골수종을 진단받은 이후 5년 이상 투병하다가 72세인 2018년 6월 1일 다발성골수종을 사인으로 목숨을 빼앗겼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림프조혈기계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한겨레, 2023.03.14.
한겨레, 2023.03.14.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는 1972년 8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총 23년간 재직하였다. 기계 수리공으로 업무를 시작하여, 입사할 당시 정비 업무를 담당하였다. 반장직을 거쳐 선강(銑鋼·선철과 강철), 압연 분야의 주임으로 재직하였다. 선강 공정은 제철소의 제선(製銑)·제강(製鋼) 공정을 포함해 쇳물이 나오기까지의 공정이고, 압연(壓延) 공정은 선강 공정 후에 실제 철강을 눌러서 제품을 만드는 공정이다. 노동자가 재직한 기계수리계(係)는 지금은 중앙수리과(課)이다. 그 과가 가진 별도의 작업 공장은 1981년도에 지어졌다. 지구 정비팀이 전체 제철소의 각 공장의 기계에 관해 확인하여 정비가 필요한 기계로 확정할 경우, 협력업체에서 설비를 분해하여 기계를 중앙수리과로 이송하면 중앙수리과 공장 내에서 설비를 세척하고 수리하였다. 수리가 완료된 기계를 현장에 설치할 때 중앙수리과도 해당 공장으로 가서 기계의 정합성을 확인하였다. 협력업체가 현장에 기계를 설치하면 중앙수리과에서 정밀 장비로 정합성을 테스트하였다. 노동자는 선강, 압연 분야의 정비를 담당하기에 주로 중앙수리과 공장에서 작업하였고, 제철소의 주요 공정인 제선공정, 제강공정, 압연공정에 해당하는 현장에서 모두 작업할 때가 있었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퇴직할 즈음인 1995년(49세)부터 몸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일이 잦았다. 유가족은 진술하길, 노동자는 우측 복부의 간헐적인 통증을 호소하였으나 여러 대학병원에 내원하여서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 가운데 계속 통증을 호소하였고, 몸이 불편하여 퇴직 후 다른 사업장에 취업하지 않았다. 우측 복부의 통증으로 2012년 민간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뼈의 종양이 확인됐고, A 대학병원에서 절제수술을 하고 다발성골수종을 진단받았다. 2012년 방사선치료, 2013년 이후로 항암치료를 하고, 2015년 재발한 다발성골수종의 척추 경막외 종양에 대하여 방사선치료를 포함한 항암 화학치료를 하였다. 2017년 다발성골수종의 늑골, 장골, 척추 종양이 재발하여 방사선치료를 시행하였고, 복시(複視·1개의 물체가 2개로 보이거나 그림자가 생겨 이중으로 보이는 현상) 증상으로 진행한 검사에서 다발성골수종 악화로 뇌신경에 대한 압박이 확인되어, 전체 머리뼈에 대하여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였다. A 대학병원에서 다발성골수종에 대한 항암 치료를 지속하던 중 2018년 4월 좌측 위약감, 실어증이 나타났고 뇌 MRI 상 뇌경색이 관찰되었다. 항암치료를 지속하였으나 다발성골수종 소견이 척추와 골반에 다발성으로 확인되며, 뼈 이외에 위, 간, 방광, 우측 신장, 척추 주변, 췌장 등과 다수 장기와 림프절에 종양이 보였다. 2018년 6월 1일 질병 악화로 목숨을 잃었다. 유가족은 진술하길, 노동자의 흡연력과 음주력은 없으며 암 질환 가족력은 없었다.

유족은 노동자가 설비 수리 작업 과정에서 노출된 벤젠, 헥산, 아세톤, 메틸에틸케톤, 아이소프로필 알코올, 톨루엔, 자일렌 등의 유기용제로 인해 “다발성골수종”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를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의 결정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뢰하였다.

다발성 골수종(혈액암의 일종) 진단을 받은 뒤 산재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우원수씨가 지난 2월20일 경북 영덕군의 집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겨레, 2023.03.14.
다발성 골수종(혈액암의 일종) 진단을 받은 뒤 산재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우원수씨가 지난 2월20일 경북 영덕군의 집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겨레, 2023.03.14.

2023년 3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심의·2023.3.10~3.14.)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2018년 6월에 이미 고인이 된 1946년생 노동자는 2013년 2월 22일 다발성골수종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72년 □사업장에 입사하여 1995년까지 약 23년간 재직하였으며, 설비 수리 작업을 수행하였다. 셋째, 알려지길, 노동자 상병의 직업적 유해요인은 벤젠, 뷰타다이엔, 펜타클로로페놀 등이다. 노동자는 기계수리과(중앙정비)와 공무과(공장이 정상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보전 업무를 담당)에 재직하는 중에 약 16년(최소 7년, 최대 23년)간 정비 작업을 수행하며 벤젠에 노출됐다고 판단된다.

노동자는 2013년 2월 22일 다발성골수종을 진단받은 이후 약 10년 1개월이, 그 자신이 2018년 6월 1일 세상을 떠난 지 4년 9개월여가 각각 흐른 2023년 3월에서야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7월 17일

*관련 기사: [하종강 칼럼] 건강진단, 환경측정과 ‘후쿠시마 괴담’(한겨레, 2023.07.11.)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99682.html?_ga=2.225133658.1365855221.1689324132-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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