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선생님을 마구 때려서 교사가 전치 3주 진단을 받는 일이 생겼다. 이 사건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사이, 이번에는 문제 학생 지도의 어려움과 학부모의 갑질에 못이겨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필자는 30여년 초등교육에 종사했다. 몇 년 전 명퇴했지만, 작년 8월부터 금년 2월까지 기간제 교사를 했고, 그것을 끝으로 정년을 맞이하였다. 교직에 있는 동안, 그리고 금년 2월까지의 기간제교사를 마칠 때까지, 반교육적 학생 편향과 비교육적 학부모 갑질이 지배하는 교육현장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해결해 보려고 고군분투했다. 그런 반교육적 학교현장을 바로 잡지 않으면 우리 교육과 사회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으로 예견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막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그만큼 필자 자신도 그런 문제로 시달렸고, 많은 피해를 당했다.

계속해서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따르지 않는 학생을 철저히 지도하고자 하면 학생이 반발하고, 학부모가 개입하여 민원을 제기한다. 그 과정에서 교사의 작은 실수라도 있으면 그것을 빌미삼아 담임교체를 요구하고, 학교에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고소 고발하겠다, 언론에 터뜨리겠다 협박을 하곤 한다. 그러면 교장, 교감, 교육청 등은 그것을 무마하려 든다. 나중에 무혐의가 나올지라도 그 과정에서 교사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소신있는 교사라도 자신의 교육적 입장을 포기하고 살아남는 길을 선택하기 쉽다.

요즘은 한술 더 떠서 잘못된 학생이 교사의 정당한 교육을 거부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을 지도하는 교사에게 언어적 폭력,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상황이 되었다. 학부모는 그러한 자녀를 두둔하고, 자녀의 잘못을 고쳐주려는 교사에 대해 역시 언어 폭력,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러니 교사들은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갖기보다 자괴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래도 많은 교사들은 심리치료를 받아 가면서라도 그 상황을 참아내고 이겨내지만, 경우에 따라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 교육 현장이 이렇게 된 것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학생중심 교육, 수요자 중심 교육방침을 사람들이 악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독재적이고 권위주의적 권력이 지배를 했고, 교사 학생 학부모 대다수는 그러한 체제에 순응했다. 교사들은 독재정권과 교장, 교감에 순응하는 한편, 학생들에 대해 정당성 없는 교권의 이름으로 폭력적 체벌을 가하거나 촌지 등으로 학생을 차별하곤 했다.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러한 독재와 권위주의, 폭력적 체벌, 차별 등은 퇴출의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자리를 탈 권위적 민주주의, 학생 중심, 수요자 중심, 평등, 자유 가치가 차지했다. 그러한 교육철학과 실천은 정당하고 꼭 필요한 교육방침이다. 그러나 그것이 악용되어 이기적 민주주의, 학생 편향과 방종, 학부모 갑질로 이어지는 것은 철저히 경계했어야 했다.

모든 것은 보편타당한 교육철학과 민주정의자유자주평등평화 정신을 담은 헌법적 가치가 지켜지는 범위에서 정당성을 갖는 것이다. 또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하 인격 도야,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 형성에 학습자 인권, 인격 존중 및 규칙준수, 학부모의 교육적 권리와 책임, 교원의 교육권 보장을 담은 교육기본법 규정이 지켜져야 마땅하다.

사람은 누구나 양심과 이기주의가 있는데, 이기주의가 더 강한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이기주의가 강한 경우, 민주든 자유든 인권이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악용하고자 한다. 교육의 목적은 적극적 교육을 통해 그런 이기적 악용을 막는 것이기도 하다.

학생 자유 편향의 학생인권조례가 그렇게 악용되어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아동학대금지 관련 법안도 마찬가지다. 10여년전 오00 사건에서 보듯, 아무리 학생이 잘못을 해도 교사가 그 학생을 철저히 지도하는 과정에서 체벌(폭력)혐의, 아동학대혐의를 받게 되면 학생의 잘못은 묻히고 교사는 신분조차 잃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교사는 일찍이 철저한 교육을 포기한다. 적당히 교육만 살 길이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학생들은 점점 더 이기적이 되고 방종하거나 폭력적이 될 수 있다. 학부모는 그런 자녀에 대해 과보호적이 되고, 자녀 편향이 되어 여차하면 교사에 대해 갑질을 한다. 정순신, 이동관 아들 문제에서 보듯, 수구 보수 기득권 세력이 득세할수록, 그 자녀와 부모들은 조례든 법률이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악용하려 든다. 그러면 돈 없고, 힘 없는 집안의 아이들과, 지도권조차 없는 만만한 교사들이 피해를 보기 십상이다.

이제 다시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를 위해 정당한 교육권 중심의 교육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청, 교육부 등도 교육권 중심의 교육에 철저해야 한다. 교육권은 교사 편향의 교권이 아니다. 보편타당한 교육철학과 헌법, 교육기본법 등이 제시하고 지향하는 인간교육, 민주교육, 민족교육, 세계시민교육이야말로 교육의 지표가 되는 교육권인 것이다.

학생인권을 약화 시켜서 교사의 교육권이 강화 되는 것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학생인권과 교사 인권 또는 교권은 인권 또는 교육권 존중이라는 공통 지점에서 상호 보완, 상승작용 할 수 있다. 일부, 학생 자유 편향 규정에 의해 교사의 교육적 지도권을 약화 시키는 부분은 학생의 책무성과 교사의 지도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관료, 교육관청 모두가 교육적으로 잘못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것을 바로 잡고, 정당한 교육이 정정당당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례든, 아동학대금지관련법이든 그 적용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다. 단지 일부 문제 학생의 일탈이나 과도한 일부 학부모들의 갑질에 대처하는 수준이 아니라, 참된 교육권이 마땅히 교육의 대원칙이 되고, 그것이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교육현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3.7.24)

*정영훈: 1986년 3월 교사가 되어 2017년 명예퇴직. 그 사이 독재정권과 독재적 관료들의 반교육적 행태에 맞서 싸우며 해직, 정직, 직위해제 등을 겪었으며, 정당한 교육권 중심 교육을 위해 일부 학생인권조례 개선안과 무분별한 아동학대금지 관련법 적용 반대를 줄기차게 제기함. 보편적 교육철학과 헌법, 교육기본법 등에 입각한 올바른 교육의 실천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학생인권조례, 교권보호 관련 법률의 올바른 적용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함. 심각한 문제학생을 철저히 지도하여 대부분 변화 시켰으며, 그 지도과정에 개입하여 올바른 교육을 저지시키는 학부모의 갑질에 맞서 고군분투하다 학기 중 담임을 그만두게 되는 치욕도 겪음. 명퇴후 금년 2월까지 강사, 기간제담임교사(6학년)를 하면서도 비교육적 행동을 일삼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지도했고, 일부 학부모들의 갑질민원을 이겨냄.

참된 교육 또한 바람직한 정부 구성, 정치, 사회의 올바른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생각에 지금은 민주 정의 평등 평화, 촛불혁명정신의 회복과 발전, 완성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음.

오래 전 저서로 [참교사로 서기 위해]가 있음.

 https://library.yonsei.ac.kr/search/detail/CATTOT000000292564        

서이초 사망 교사 추모행렬(한겨레신문)
서이초 사망 교사 추모행렬(한겨레신문)

 

정영훈 객원편집위원  jyhkjm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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