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백로-어청도포착 ]
        [ 중백로-어청도포착 ]

 

길이 길에게 대답하다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무거운 새참 거리

머리에 인 아낙네

써레질로 얇아진 논둑길

거미줄 외줄처럼 용케도 건너던 길

 

세월 앞선 트랙터

잰걸음 농삿길을 바꿔놓고

조금만 돌아가도 못 참는 자동차길

내키는 대로 논밭 잘라 지름길로 대답한다

 

먹잇감 찾아

분주한 오소리 고라니

혼란스런 세상사 머리가 흔들려도

설정된 기준 밖 길 벗어나지 않는다

 

아침을 깨워

마실 갔다 오는 다람쥐

돌담 밑 고목 뿌리곁을 지나

어제 오간 그 길을 이탈하지 않는다

 

수술을 기다리는

꺼져가는 불씨

마음 벌써 회복실에 자리하고

절박한 생명 길 터널에서 손을 벌린다

 

출발지는 묻지 않고

목적지만 묻는 내비게이션

길은 길에게 생애를 대답한다

출발 길은 자유 같지만 마지막은 물어보라고.

 
      [ 은천골 골목길 ]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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