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길에게 대답하다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무거운 새참 거리
머리에 인 아낙네
써레질로 얇아진 논둑길
거미줄 외줄처럼 용케도 건너던 길
세월 앞선 트랙터
잰걸음 농삿길을 바꿔놓고
조금만 돌아가도 못 참는 자동차길
내키는 대로 논밭 잘라 지름길로 대답한다
먹잇감 찾아
분주한 오소리 고라니
혼란스런 세상사 머리가 흔들려도
설정된 기준 밖 길 벗어나지 않는다
아침을 깨워
마실 갔다 오는 다람쥐
돌담 밑 고목 뿌리곁을 지나
어제 오간 그 길을 이탈하지 않는다
수술을 기다리는
꺼져가는 불씨
마음 벌써 회복실에 자리하고
절박한 생명 길 터널에서 손을 벌린다
출발지는 묻지 않고
목적지만 묻는 내비게이션
길은 길에게 생애를 대답한다
출발 길은 자유 같지만 마지막은 물어보라고.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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