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은천골)
 수선화 (은천골)

 

주저하는 바람

                                                 박 명 수 (한국문인회 회원, 목사)

 

고양이 한 마리
닭장 지붕에서
빈 하늘 아래 배회하고
젖은 땅에 내려오기를 머뭇거린다


밤이면 병아리
공격하는 날짐승으로
실눈 뜨고 새끼 품은 암탉
휑한 눈으로 거적 같은 아침을 벗긴다


생명을 붙잡고
실랑이하는 바람도
까치가 아침을 먹을 때는
어설픈 소리로 간섭하지 않는데


잃어버린 슬픔은
땅이 꺼지는 고통으로
걸려있는 이름을 뒤로하고
끈 떨어진 연이 되어 시간속에 방황한다


매일 걷는 산책길
이웃 마을 왕씨는
노곤한 지팡이로
80년을 묶고
뒷짐 진 두 팔은 지난 세월을 붙잡는다


아침을 먹던 까치
젖은 땅 거부하던 고양이
새끼 걱정에 애타던 암탉도
바람 멎은 날 민들레 진액으로 바둥거린다
.

 

  맑은 하늘 (은천계곡)
  맑은 하늘 (은천계곡)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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