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1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1986년(25세) 10월 자동차공장에 입사하여 2022(61세)년 12월까지 약 36년 2개월 중 약 35년 동안 용접, 스프레이(spray) 도장, 샌딩(sanding·사포질·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기), 마스킹(masking·칠하기 전에 특정 부분을 가리거나 칠하지 않으려고 행하는 작업)과 와이핑(wiping·약 따위를 겉에 바르기), 박리(剝離·벗겨 내기)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2019년 7월 4일 신장암 진단을 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는 1986년부터 2022년 12월까지 약 35년 동안 스프레이 도장, 샌딩, 마스킹과 와이핑, 박리작업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입사 직후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친 후 차체부에서 약 2년 3개월간 용접 업무를 수행했을 때 용접 흄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1989년부터 2013년까지 약 24년 동안 도장부 리페어(repair) 공정에서 샌딩, 스프레이 도장, 마스킹과 와이핑, 박리 등의 작업을 수행하였다. 공장 도장부서는 전(前)처리반, 실러(sealer·빈곳 메우기)반, 중도반(1차 도장 담당), 상도반(2차 도장 담당), OK반, 개선반으로 구성됐는데, 노동자는 상도반의 리페어부스(repair booth·수리 부스)에서 근무하였다. 리페어부스 업무는 도장검사에서 불합격한 차체와 부품에 대한 재도색인데, 그 공정은 샌딩장, 마스킹장, 준비장(샌딩된 표면 부분의 이물질 제거), 1공정(불량부분 1차 도색작업), 2공정(도색면을 고르게 하고 컬러 보정을 위한 2차 도포작업), 3공정(클리어 도포) 작업이 차례대로 이뤄지는 공정이었다. ‘클리어 도포’(clear coat application)는 자동차 도장 작업의 마지막 단계로서 클리어 도료를 사용하여 자동차의 도장면을 보호하고 광택을 내는 작업이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노란 옷 입은 이)가 지난해 12월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포스코 직업성암 전수조사와 안전보건진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한겨레, 2021.02.18.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노란 옷 입은 이)가 지난해 12월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포스코 직업성암 전수조사와 안전보건진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한겨레, 2021.02.18.

노동자는 리페어공정(Repair process) 내 4개의 공정을 1일 단위로 순환근무하며 ①샌딩과 박리, ②스프레이(컬러), ③스프레이(클리어)와 와이핑 등의 총 3개의 작업공정에서 트리클로로에틸렌에 노출됐고, 또한 스프레이 작업 중 도료의 희석제(신나)에 포함된 트리클로로에틸렌에 노출됐다고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단일물질을 사용하는 페인트 박리작업에서 하루 최대 4시간 집중적으로 노출돼 노출수준이 상당했으리라 판단된다. 도장 작업은 2017년부터 전면 자동화되어 오퍼레이터가 10~15분 간격으로 자동화부스에 잠시 들어가 도장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19년 5월 21일 사내 의원에서 사내 건강검진으로 시행한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좌측 신장의 물혹이 발견되어 복부 CT검사를 권유받아 외부에서 촬영했고, A대학병원에서 진료 후 악성종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B대학병원에서 좌측 신세포암(腎細胞癌) 의증으로 2019년 7월 4일 좌측 근치적 신절제술을 받았고, 조직검사 결과 좌측 신장암으로 진단받았다. 이후 노동자는 추가적인 치료 없이 6개월마다 경과를 관찰하는 중이다. 노동자는 비흡연자인데, 음주 이력은 약 30년, 주 1~2회, 소주 1병이다. 신장암 이외 특이한 과거 질병력은 없다. 가족력은 아버지의 폐암이다. 건강검진 기록상, 노동자의 체질량지수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24.9~26.0kg/m2의 수준이었다. 2013년~2019년 건강검진 기록상, 혈압은 140/90mmHg 정도로 고혈압 전단계와 고혈압 1기의 경계에 해당한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고혈압에 대한) 약물치료는 받지 않았다.

노동자는 약 28년 동안 도장 작업과 도장수정 작업 중 분사된 페인트와 신나 등의 유해물질을 다량 흡입하여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20년 1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질병의 업무관련성 평가에 필요한 전문조사 의뢰 요청서를 제출하였다.

한겨레, 2021.02.18.
한겨레, 2021.02.18.

2023년 4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심의·2023.04.12.~4.14.)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58세의 나이로 2019년 5월 21일 사내 종합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됐고, 이어진 검사를 거쳐 신장암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86년 10월 자동차공장에 입사하여 약 2년 3개월간 차체부에서 용접(스폿, CO2)작업을 하였고, 이후 약 33년간 스프레이, 도장수정 등을 하는 도장공으로 근무하는 중이다. 스폿용접(점용접·spot welding)은 용접기에 전원을 공급하여 2개 이상의 얇은 금속판을 겹쳐 붙이는 용접이다. CO2용접은 이산화탄소를 보호가스로 사용하는 용접이다. 셋째, 노동자의 직업·환경적 유해 요인 중 국제 암연구소(IARC)가 신장암 발병에 대한 충분한 근거로 분류한 유해인자는 트리클로로에틸렌, 엑스선, 감마선 등이다. 제한적 근거로 분류한 유해인자는 비소와 무기성 비소 화합물, 카드뮴과 카드뮴 화합물, 퍼플루오로옥탄산염, 인쇄 작업, 용접 흄 등이다. 넷째, 과거 작업환경 측정결과와 문헌을 고찰하여 추정하건대, 노동자는 자동차공장에 입사하여 약 2년 3개월간 차체부에서 용접작업을 하며 고농도의 용접 흄에 노출됐고, 1989년부터 2013년까지 약 24년간 도장부 리페어 공정에서 근무하면서 근무 4일 중 3일은 트리클로로에틸렌에 노출됐고, 특히 박리 작업 시에는 노출수준이 상당했다.

노동자가 2019년 7월 4일 신장암 진단을 받은 이후 약 3년 9개월이, 2020년 1월 역학조사가 의뢰된 지 약 3년 3개월이 각각 흐른 2023년 4월에서야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8월 2일

*관련 기사: 포스코 노동자, 신장암 진료 ‘일반 직장인의 1.9배’(한겨레, 2021.02.18.)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983603.html?_ga=2.208372242.1869602294.1690958341-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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