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23

전하동에서 반구동 울산여중 앞으로 이사 와서 장사를 시직하여 토요일을 처음 겪는 지라, 하교 시간을 몰라 미처 준비를 못하였는데 학생들이 들이닥쳤다. 우리 부부는 두 시간 동안 쩔쩔 맺다.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 와 여기저기서 주문을 독촉하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오늘은 좀 여유있게 물품을 넣었으나 모두 동이 나고 오뎅 몇 개가 남았을 따름이다.
그저께 울산여중 여교사의 부탁인, 자기반 학생 (불우 학생)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여학생이 오늘부터 점포에 와서 일을 시작했다. 매우 부지런한 학생이다. 건강하고 말없이 충실히 일을 잘 한다.   
(80년대 초. 다운동에서 아버지)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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