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開不同賞
花落不同悲
欲問相思慮
花開花落時

攬結草同心
將以遺知

春愁正斷絶
春鳥復哀吟

風花日將老
佳期猶渺渺
不結同心人
空結同心草

那堪花滿枝
煩作兩想思
玉箸垂朝鏡
春風知不知

꽃 피어도 함께 즐길 이 없고, 꽃 져도 함께 슬퍼할 이 없네.
묻노니, 그대는 어디에 계신가? 꽃피고 꽃질 때에.

풀을 따서 한마음으로 맺어, 내 마음 아시는 이에게 보내려 하네.
봄 시름 그렇게 끊어버렸건만, 봄 새가 다시 슬피 우네.

꽃잎은 바람에 시들어 가고, 만난 날은 아득히 멀어져가네.
마음과 마음은 맺지 못하고, 헛되이 풀잎만 맺었는고.

어찌 견디리, 꽃 가득한 나무. 괴로워라 사모하는 마음이여!
눈물이 주르르, 아침 거울에 떨어지네! 봄바람은 아는지 모르는지!

용연이, 위의 시가 설도(薛濤)의 <春望詞> 전문이네. 자네가 이야기한 가곡 '동심초'(同心草)가사는 위의 칠언절구 4련 중 3련의 내용을 안서(岸曙) 김억(金億, 1896-?)이 1934년에 번역한 것을 김성태(金聖泰, 1910-2012)가 1946년 작곡했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히 기약 없네. 무어라 맘과 마음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동심초 1절일세.

2절은 1절 '風花日將老'에서 "꽃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라 하여 '꽃'(flower)을 주어로 강조한 것을 '바람에 꽃이 지니.."라 하여 '바람'을 강조 했네.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 덧없이 만날 날은 뜬구름 기약이 없이 무어라 맘과 마음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여기 첫 구절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 덧없이"는 "風花日將老"를 의역(意譯)한 것이고, 둘째 구절 "만날 날은 기약 없이"는 "佳期猶渺渺"를 의역한 것이네. 다음 셋째 구절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는 "不結同心人"을, 넷째 구절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는 "空結同心草"를 의역한 것일세.

즉 1절, 2절은 <春望詞> 중 3련의 똑같은 내용을 서로 다르게 번역한 것일세. 여기에 김성태가 작곡할 때 3절을 지어 넣었네.

설도는 당나라 때(770년경) 악기(樂妓)로 자(字)가 홍도(洪度)일세.

그녀는  성도(成都) 백화담(白花潭, 일명 莞花溪)에 살면서 당대 대시인 위고(韋皐), 원진(元진), 백거이(白居易), 두목(杜牧) 등과 시를 주고받았네.

지금 성도에 가면 그가 살던 백화담을 복원, 주위에 여러 종류의 대나무를 심어 죽림을 이루었다 하는군.

용연이, 언제 한번 가보세! ㅎㅎㅎ

그리고 당시 그녀는 특수 종이(한지)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사람들은 그를 '薛濤箋'(설도전)이라 불렀다 하네.

조선시대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에 설도에 관련된 이야기가 보이네.

그녀가 8살 때 그의 아버지 설운이 정원에 오동나무가 무성한 것을 보고 '詠梧桐'(오동나무를 읊음)이란 제목으로 "庭除一古桐, 聳干入雲中"(정원 섬돌에 오래 묵은 한 그루 오동나무, 우뚝 솟아 구름까지 받쳤네)이라 읊고  8살짜리 딸에게 다음 귀를 이어 읊으라 했다. 그랬더니 딸이 바로 "枝迎南北鳥, 葉送往來風"(가지는 지나는 새를 마중하고, 잎새는 오가는 바람 배웅하네)라 읊었다.

이를 본 아버지가 딸의 시재에 깜짝 놀랐다. 한편 그 시의 내용을 보고 앞으로 기녀가 될 것이란 예감에 걱정했다. 그 뒤 그녀는 결국 기생이 됐다.

용연이, <지봉유설>에 나오는 설도와 관련된 내용일세.

한데, 사람들은 '同心草'라 하니까 그게 무슨 꽃 이름인 줄 아네. 마치 '으악새"가 새 이름인 것처럼...

허나 그게 아니라 '戀書' 즉 '사랑의 편지'를 뜻하네.

우리말에 '동심결'(同心結)이란 말이 있네. 원래 이 말은 납폐에 쓰는 실이나 염습의 띠를 매는 매듭처럼, 두 골을 매죄어서 매는 매듭을 뜻했으나 현재는 애정을 표시하는 약속으로 한마음(同心)이란 것을 표징하는 방법으로 쓰이네.

따라서 '空結同心草'라 하면 "부질없이 편지만 접어 보누나"란 뜻이네.

그럼, 우리나라 여류 시인 중에 설도에 버금가는 시인은 누구일까? 아무래도 허난설헌(許蘭雪軒)을 들 수 밖에 없네. 그럼, 오늘은 이만 접고 내일은 허난설에 대해 이야기 해보세!

자네 덕에 설도를 다시 공부 할 수 있어 고맙고 좋았네. 그럼, 잘 쉬시게!

2023. 8.5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이 원흥 용연에게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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