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24

심한 열과 기침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 해 부석부석 부은 얼굴로 병원에 갔더니 종합 진찰 결과는 절망적이다. 의사의 설명대로라면 시한부 인생이다. 지금껏 간호해온 결과가 허무해 나도 모르게 낙루하고 아내도 울었다. 다시 부산의 최하진 박사에게 진찰을 받으니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병실에 아내가 왔다. 재동이 수동이가 오고 명이도 친구 집에 왔다가 합류해서 우리 가족이 다 모인 셈이다. 얼마 뒤 재동이 친구 상석군이 방문했다. 반찬까지 만들어 왔다. 정성이 대단하다. 일가친지 몰래 입원했는데도 가까운 친지는 모두 다녀갔다. 고마운 분들이다. 어제 귀가할 예정인 아내는 자신의 발치료가 끝나지 않아 오후에 귀가했다. 근 일주일간 내 병 간호로 시달리다가 다시 장사의 문을 열어야 하는 아내의 뒷 모습이 서글프다. 잠이 오지 않는 저녁 시간은 왜 이다지도 긴지 모르겠다. (2013년 삽화)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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