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내가 모임 참석차 외출하였기에, 오후 1시쯤 점심 한끼를 때우려 수지구청역 부근 가게쪽으로 걸어나갔다. (요즘 배탈이 나서 어쩔수 없이 죽을 먹고 있다.)

아파트 바로 옆 공원을 지나치며 시원하게 쏘아올리는 분수를 보면서 걷고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화공약품 냄새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나는 틀림없이 근처 공사현장에서 풍기는 냄새라고 생각하고 용인시 평생학습관광장 보수를 하고있는 공사현장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니나다를까, 길건너 편의 건물 앞 광장에 오르는 계단을 파헤치고 에폭시 수지같은 회색 도료를 드럼통으로 쏟아붓는 인부들 2~3명이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들은 하나같이 (산업용)마스크를 쓰지않고 작업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냥 몇십미터 떨어져서도 유해한 화공약품 냄새가 솔솔 나는데, 공사 현장에서 목장갑만 끼고 버젓이 일하는 그들이 너무도 이상했다.

용인시 평생학습관 광장(~이 글에서 언급한 화공약품 섞인 에폭시 방수 공사 이전의 사진임)
용인시 평생학습관 광장(~이 글에서 언급한 화공약품 섞인 에폭시 방수 공사 이전의 사진임)

우선 나의 민생고’(民生苦)를 해결하고나서, 용인시청 담당부서에 문의해봐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전화를 걸어서 용인시 민원해결상담사에게 용건을 말했더니, 담당부서를 찾아 전화번호를 메시지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서 메시지를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아까 그 상담사가 지금은 다들 바빠서 다음에 알려드리면 안되겠냐고 하길래, “나는 지금 용인시 공원지킴이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인데, 무슨 어려운 민원을 제기하려는게 아니고 용인시에 더 나쁜 상황이 오지않도록 도와주려는 것이다.”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그러면 잠시 기다려주시면, 담당자에게 용건을 직접 전하고 전화를 주시라고 하겠다.”고 하여 10여분 기다리니 전화 벨이 울려 공사 담당공무원과 연결이 되었다.

남자공무원에게 내 신분을 다시 밝히고, 오늘 공사현장에서 보았던 말도 안되는공사현장 모습이 산업재해로 이어지면 어떻게 되느냐고 나름 부드럽게 운을 떼었다. 그 공무원이 해당 공사업체 담당자와 통화하여 앞으로는 그렇게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하길래 한마디 해주었다.

나도 학교 현장에서 관급공사 관련된 일을 다루어 본 공무원으로 퇴직한 사람이지만, 내가 서울에서 이곳에 이사와서 수지천변 산책길 공사현장을 보면서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 있는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그저 서류나 말로만 관급공사를 지도 감독하지 말고, 공사현장에 가끔이라도 나가서 인부들의 고충과 안전여부를 확인하는게 필요하지 않겠느냐? 입장을 바꿔서 우리가 그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늘같은 일이 어찌 남의 일이 되겠느냐?”고 말하면서 잘 설명해주었다. 그가 ‘ 앞으로 오늘같은 일이 없도록 유념하겠다고 말하길래, “무더운 여름철에 여러 일로 수고가 많으시겠다. 잘 부탁드린다.” 고 응대하며 마무리 지었다.

 

~오호라, 오늘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공무원 대다수가 자신이 맡은 업무에 진심(眞心)으로 열()과 성()을 다하여 임하고 있다면, 근래에 벌어지는 말도 안되는 큰 사고들이 어찌 일어날 수 있을까?

옛말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했으니,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의 근원이 되는 단  한 인간(?)을 어쩌지 않고는 만사가 도로아무타불이 되지 않을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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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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